제도 유무 아닌 '좋은 결과' 중요
피해 예방·이해 중심 설계 필요

[시장의 맥]국민주권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 핵심은 실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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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권정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실제로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실용주의적 선언이다. 형식보다 결과를 중시하며, 제도가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정책의 본질로 본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이러한 정부 철학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야 할 영역이다. 제도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4년, 불완전판매와 소비자 피해는 여전히 심각하다. 2024년 홍콩 H지수 ELS는 17만 계좌, 약 4조6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냈고, 금융 민원도 은행·중소서민·투자권역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제도는 있으나 실행이 따르지 않은 결과다.

이에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금융감독원의 소비자보호처를 독립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개편안을 제안했다. 이는 이해상충을 해소하고 소비자 중심 감독체계를 만들기 위한 구조적 시도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조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소비자를 지켜낼 수 있는 실행력이다.


첫째, 실행력이란 단순히 제도나 규정이 존재한다는 선언이 아니라, 그것이 현실에서 소비자를 실제로 보호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었는가를 뜻한다. 이런 맥락에서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Consumer Duty'와 독일의 '조언의무'(Beratungspflicht)는,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좋은 결과'(good outcomes)를 제공할 책임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선언적 보호를 넘어 실천 중심의 모델로 평가된다. 이러한 제도는 상품 설명이나 동의서 서명 여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소비자가 내용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으며, 결과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았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단순한 절차 이행이나 형식적 설명이 아닌, 소비자의 경험과 결과를 중심에 둔 규제 철학이다.

둘째, 실행력은 사후 구제에 머무르지 않고, 사전 예방과 신속한 대응 감각을 갖추는 데서 출발한다.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움직이는 구조로는 소비자를 제대로 지킬 수 없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이상 거래 탐지, 보이스피싱 조기 차단 시스템, 소비자 위험 경고 플랫폼 등은 실행력을 떠받치는 기술적 기반이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취약계층을 포함한 금융소비자가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 보호 역량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예측하고 경고하고 차단하며 동시에 소비자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힘을 기를 때, 금융소비자 보호는 제도적 선언을 넘어 현실이 된다.


셋째, 실행력은 소비자의 언어로 제도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많은 규제는 '정보 제공'에 초점을 두지만, 실제 소비자는 그 정보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복잡한 약관, 어려운 금융 용어, 불친절한 사용자환경(UI)은 정보를 주는 듯하면서 배제하는 구조다. 디지털 시대의 실행력은 '이해 중심 설계', 즉 정보를 넘어서 '이해되도록 만드는 구조'를 갖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금융이 디지털화되고 상품이 고도화될수록 소비자는 더 복잡한 위험에 노출된다. 이럴수록 중요한 건 제도의 유무가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느냐다. 다론 아제모을루와 사이먼 존슨이 '권력과 진보'에서 강조했듯, 기술과 제도의 진보는 소수의 권력이 아니라 다수의 삶을 개선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갖는다. 실행력 있는 금융소비자 보호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선택하며,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 때, 금융소비자 보호는 선언을 넘어 신뢰를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현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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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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