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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비바람에 젖고 싶지 않다면..."물 속에 뛰어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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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어릴 적부터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외웠고, 삶의 굽이굽이마다 동양 고전에서 힘을 얻은 저자가 소개하는 '장자'에 관한 이야기다. 어지러운 세상에 마음이 흔들릴 때 장자가 기댈 그늘이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에 의지해야 할까? 무엇을 피하고, 무엇에 머물러야 할까? 무엇을 따르고, 무엇을 떠나야 할까?"라는 질문의 답을 2500여년 간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읽어온 고전 '장자'에서 찾는다.

[책 한 모금]비바람에 젖고 싶지 않다면..."물 속에 뛰어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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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2의 IMF'가 찾아온 것 같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주변에 넘쳐납니다. 1997년 벌어졌던 일련의 비극적 사건들이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몰려온다는 아우성이 빗발칩니다. 세계를 주름잡던 대기업이 무너져 내리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도산과 폐업의 수렁에 빠져 있고, 주식을 비롯한 자산 시장은 빙하기에 접어든 모습이 어찌나 닮아 있는지요. 생계가 팍팍해지니 갈수록 인심도 메말라갑니다. 그럴 수밖에요.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는 맹자(孟子)의 말씀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먹고사는 문제가 어려워지면 마음이 강퍅해지고 성마르게 변하는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14~15쪽>

"주평만은 지리익(支離益)에게 용(龍)을 때려잡는 법을 배웠다. 천금이나 되는 돈을 몽땅 쏟아부어 삼 년 만에 기술을 터득했다. 하지만 그 기술을 쓸데가 없었다." (《장자》 잡편 열어구)주평만과 지리익은 모두 허구의 인물입니다. 거금을 들여 용을 때려잡는 법을 배웠는데,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다는 짧은 구절입니다만, 저에겐 큰 울림을 안겨준 명문입니다. 특히나 돈에 관한 욕망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용솟음 칠때마다, 이 구절을 되뇌고 필사합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용을 때려잡겠다고 천금과 삼 년이란 시간을 들인 주평만의 어리석음과 욕망에 눈이 먼 저의 아둔함이 겹쳐 보입니다. <26쪽>

절대로 물에 젖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요? 살다 보면 아무리 조심해도 비바람에 몸이 흠뻑 젖기도 하고, 땀범벅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물벼락을 뒤집어쓰기도 합니다. 살면서 젖지 않는 방법은 단언컨대, 없습니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하면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해요. 바로 바다에 풍덩 뛰어드는 겁니다. 이미 물속에 있는 사람은 물에 젖지 않죠. 바다에 들어가 수영하는 사람에게는 소나기도 두렵지 않고, 물벼락 따위에도 거칠 것이 없어집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온갖 근심거리가 우리를 괴롭힙니다. (…)
사는 동안 어김없이 찾아오는 걱정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하는 방법, 다시 말해 바닷물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방법을 지금부터 한번 알아볼까요. 걱정과 고민을 해결하거나 피하는 것이 아닌, 그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마음공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32~33쪽>

우리네 삶이 망하는 이유는 노력 부족이나 어리석음 탓도 있겠지만, 대체로 세상의 커다란 흐름에 휩쓸려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운(運)이라고 표현합니다. 지리소는 무슨 대단한 잘못을 저질렀기에 꼽추로 태어난 걸까요? 아닙니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운이 없었을 뿐입니다. 지리소가 만약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거나 부모를 원망하며 살았다면, 그의 삶은 더없이 비참해졌을 겁니다. 하지만 지리소는 끝끝내 거짓 쓸모를 입증하기 위해 애쓰지 않았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현명한 처사죠. 도리어 지리소는 진정한 쓸모를 얻기 위해 노력했고, 그의 온 신경은 오롯이 자신의 내면으로 향해 있었지요. 지리소의 '지리(支離)'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표현인 지리멸렬(支離滅裂)의 '지리'와 한자가 같습니다. 지리소란 명명 자체가 '지리멸렬한 사내'란 뜻이지요. <60~61쪽>

"사람들은 모두 유용한 것의 쓸모를 알지만 무용한 것의 쓸모는 모르는구나!" (《장자》 내편 인간세)승차감보다 하차감이 중요하다는 우스개가 있죠. 자동차의 쓸모는 내가 얼마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운전하느냐에 달려 있거늘, 자동차에서 내릴 때 남들의 부러움 가득한 선망의 눈이 자동차 선택의 기준이 된다면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인정중독입니까. 이렇듯 나를 좀먹는 관계를 피하고 인정중독에서 벗어나 자신을 사랑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에 집중하고 몰두해야 할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나의 쓸모를 입증할 필요가 전혀 없는 관계입니다. <81쪽>

제물론이란 말 자체를 찬찬히 뜯어봅시다. 가지런하다 제(齊)에 사물 물(物)입니다. 세상 만물을 가지런히 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세상사 모두가 하나이니,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재단하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작은 시시비비에 얽매이지 말고 대범한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며, 조화로운 세계관을 품으라는 주문입니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가능이 있으면 불가능이 있으며, 옮음을 좇아 그름을 따르고 그름을 좇아 옳음을 따른다'고 장자는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물론적 세계관'을 갖고 있다면, 차마 자신에게 상을 맺을 수는 없겠지요. 세상을 가지런히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재산이나 명예, 건강과 미모 모두 치졸한 기준일 뿐입니다. 자연스레 자신에게 상을 맺는 어리석음 따위는 범하지 않게 될 겁니다. <101쪽>

삶이 흔들릴 때 장자를 읽습니다 | 김훈종 지음 | 도도서가 | 256쪽 | 1만8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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