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美 신용 강등 여파 긴급 인터뷰
배리 아이컨그린 UC 버클리대 교수
美 만성적 재정적자·부채 심각
트럼프 관세·감세 등 정책 불확실성 겹쳐
美 신뢰 하락에 국채 금리 급등 임박
재정 건전성 확보·보호무역 철폐 시급
"무디스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하향 자체로는 시장에 중요한 의미나 영향은 없습니다. 고질적인 부채 위험에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법치주의 훼손 가능성까지 겹치며, 미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하락하고 있습니다. 미 국채 금리는 2~5년 내 급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제경제·금융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UC 버클리대 교수는 19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무디스의 결정은 "후행적 지표(lagging indicators)에 부차적인 문제(side show)"라며 "우리는 국채 시장을 주목해야 하고, 그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무디스는 지난 16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108년 만에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연방정부 부채 급증이 주요 배경이었다. 이로써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이어 무디스까지 3대 신용평가사 모두 미국에 최고 신용등급인 '트리플A' 지위를 박탈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다른 신용평가사들이 이미 같은 조치를 취했고 무디스는 따라간 것"이라며 "새 신용등급도 여전히 '투자등급'에 해당해 기관투자자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뉴욕 증시는 무디스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이날 3대 지수 모두 소폭 상승해 마감했고, 미 국채 금리도 오전 한때 장기물 중심으로 급등하다가 곧 안정세를 되찾았다.
그러나 미국의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부채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고 아이컨그린 교수는 경고했다. 그는 "부채 위기가 당장 찾아 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장이 미 국채에 대한 신뢰를 잃고 금리가 급등하는 시점이 임박했다"고 진단했다.
무디스가 신용등급 하향의 배경으로 '정책 불확실성(policy uncertainty)'을 명시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연방정부 부채 문제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과 대규모 감세 정책, 법치주의 훼손이 미국에 대한 신뢰를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미 국채 시장은 약세를 보이고, 달러는 하락하며, 주식 시장은 위축된다"며 "의회에서 논의 중인 감세 법안도 재정적자를 더 키우기만 할 뿐, 재정 건전성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미국의 국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란 말로는 부족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제동을 거는 사법부와 충돌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법치주의의 위기 역시 미국에 대한 시장 신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 부채 문제와 함께 이런 요인들이 누적되면 "앞으로 2~5년 안에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며 "그 여파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신용평가사보다 국채, 외환 시장의 반응이 훨씬 중요한 판단 지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용평가사들의 등급은 후행 지표에 불과하다"며 "최근 (관세 정책 등이 초래한) 예상치 못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미 국채와 달러가 약세를 보인다는 점은 안전자산으로서 달러 자산의 지위가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는 재정 건전성 강화와 더불어 관세 정책 철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보호무역주의와 중상주의를 버려야 한다"며 이는 오히려 미국 경제와 신뢰도에 "의도치 않은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세 체계와 사회보장제도 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미국은 여전히 선진국 중에서 낮은 세금을 걷는 국가"라며 "예컨대 (펀드 매니저의 성과 보수를 자본이득으로 분리해 소득세보다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한 제도인) 캐리드 이자(carried interest) 같은 허점을 없애고 세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복지 프로그램의 경우 수급자 자산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부유한 개인에게까지 연금을 제공하는 건 사회적 정당성도 없고, 이젠 그럴 여력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