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택배 물류 작업 대신할 로봇 기술
슬립봇, 10명이 할 일 로봇 한대가 척척
아마존은 섬세한 촉각 지닌 '벌컨' 내놔
택배 상하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든 노동으로 통한다. "2시간 동안 쉴 새 없이 트럭 3대분 택배를 싣는데 정말 지옥 같더라" "돈 벌러 온 외국인 노동자도 고개를 젓더라"는 경험담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냉방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현장에서, 무거운 박스를 쉬지 않고 나르는 하루. 작년 한 해에만 동탄의 한 물류센터에서 22번이나 구급차가 출동했다는 사실은 이 일이 얼마나 고되고 위험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열악한 노동의 현실에 작은 희망의 불씨가 피어나고 있다. 택배 물류를 제어하는 로봇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럭 상하차 작업을 자동화하는 연구와 상용화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슬립 로보틱스가 개발한 '슬립봇'은 기존에 10명이 달려들어 1시간 반이 걸리던 트레일러 상하차를 로봇 한 대로 75%나 빠르게 끝낼 수 있게 만들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허니웰 등 글로벌 기업들도 트럭과 컨테이너 상하차를 완전 자동화하는 로봇을 내놓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트레치'는 고성능 로봇 팔과 흡착 패드를 이용해 팔레트 작업까지 자동화한다. 허니웰의 로봇 '언로더'는 트럭, 트레일러, 컨테이너에서 다양한 제품을 완전 자동으로 하차하며 한 명의 작업자가 여러 대의 로봇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또 덱스터리티AI라는 미국 회사의 로봇은 AI와 3D 비전을 활용해 박스의 위치와 형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빠르고 안전하게 적재·하역 작업을 수행한다.
e커머스 1위 기업 아마존의 촉각로봇 '벌컨(Vulcan)'도 눈길을 끈다. 아마존은 이달 7일(현지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딜리버링 더 퓨처(Delivering the Future)' 행사에서 벌컨을 처음 공개했다. 벌컨은 힘과 압력을 감지하는 촉각 센서와 AI가 결합되어, 상품의 무게와 재질, 형태에 따라 집는 힘을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유리, 비닐, 비정형 포장 등 파손 위험이 큰 상품도 섬세하게 다룬다.
아마존에 따르면 벌컨은 창고 내 100만 개 품목 중 75%를 사람과 비슷한 속도로 집고 옮길 수 있으며 하루 20시간 이상 끊임없이 일한다. 특히 2.3m 높이 선반의 맨 위·아래 등 인간에게 부담이 큰 구간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이 로봇은 이미 미국과 독일 등 여러 물류센터에서 실제로 가동 중이다. 벌컨은 수십만개의 상품을 선반에서 꺼내 포장 라인으로 옮기는 비교적 정밀한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복잡한 형태나 특수 포장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앞서 말한 상하차 자동화 로봇들의 등장, 그리고 벌컨이 보여준 섬세한 AI 센서는 머지않아 반복적이고 위험한 물류 제어 업무에서 사람을 완전히 해방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노동자가 더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미래가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일은 로봇에게 맡기고, 사람은 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첨단기술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먹사니즘'의 시대가 곧 오리라 믿는다. 오늘도 상하차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에게 이런 소식이 조금이나마 따뜻한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
박충훈 콘텐츠편집2팀장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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