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판결과 형 집행 고려한 후속 처리"
절도범의 손을 거쳐 보물로 지정된 '대명률(大明律)'이 자격을 박탈당했다. 국가유산청은 29일 정부 관보를 통해 보물 지정과 관련한 행정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유산 지정을 취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유산청은 "(보물과 관련한) 허위 지정 유도에 따른 유죄 판결과 형 집행을 고려한 후속 처리"라고 밝혔다.
'대명률'은 조선 시대 형법의 근간의 되는 자료다. 명나라 형률(刑律·범죄와 형벌에 관한 법률 체계) 서적으로, 1389년에 간행됐다고 추정된다. 국내외에 전해 내려온 책이 없다고 알려져 희귀하다. 그러나 보물로 지정된 지 4개월여 만에 논란이 일었다. 경기북부경찰청(당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2016년 전국 사찰, 사적, 고택 등에서 문화유산을 훔친 도굴꾼과 절도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장물'로 확인됐다. 실제로 '대명률'은 2011년 도난으로 신고된 상태였다.
당시 수사 결과에 따르면 경북의 한 사립 박물관장은 2012년 장물을 취급하는 업자에게 1500만원을 주고 '대명률'을 사들여 보물 지정을 신청했다. 입수 과정에 대해선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물이라 속였다. 장물을 사들인 사실이 들통나면서 그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국가유산청은 보물 지정 당시 신청자가 제출한 유물 출처가 허위로 판명됨에 따라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취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그렇다고 문화유산의 가치가 상실되는 건 아니다.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잃었다고 판단되면 지정을 해제하는 절차를 밟는다. '대명률'은 유산의 가치는 그대로이나 지정 절차가 문제가 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추후 소유권이 명확히 정리되면 적법한 절차를 밟아 보물로 재지정될 수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대명률'은 경북 경주 류진희 가(家) 육신당이 소장해온 유산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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