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인 아치볼드 그레이시 대령이 작성
"타이태닉 사고 가장 자세히 설명한 글"
1912년 빙산 충돌로 침몰한 비운의 여객선 'RMS 타이태닉' 생존자가 남긴 편지 한 통이 경매에서 5억원 넘는 고가에 낙찰됐다. 편지를 쓴 생존자는 타이태닉호의 일등석 탑승자였으며, 출항 직후 배 위에서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아치볼드 그레이시 대령이 남긴 타이태닉 편지 한 통이 최근 '헨리 올드리지 앤 선'이 개최한 윌트셔주 경매에서 30만파운드(약 5억7813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사가 애초 예상했던 낙찰가 5만파운드(약 9635만원)에서 무려 6배 뛴 금액이다.
편지를 쓴 그레이시 대령은 타이태닉의 일등석 승객이었다. 편지는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유럽 대사를 향해 부쳐졌는데, 당시 그레이시 대령은 타이태닉에 대해 "훌륭한 배"라면서도 "최종 판단은 여정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편지는 이후 타이태닉의 정박지였던 아일랜드 퀸스타운(현재 코브 지역)에서 소인이 찍혔고, 4월12일 영국 런던 월도프 호텔에서 수신인에게 전달됐다. 이틀 뒤인 14일 자정 빙산에 충돌했고, 다음날 침몰했다.
타이태닉의 생존자인 그레이시 대령은 미국 육군 사관학교를 졸업한 유망한 장교였다. 그는 타이태닉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뒤 자신의 경험담을 그린 책을 편 것으로도 유명하다. '타이태닉에 대한 진실'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책엔 그를 포함한 타이태닉 승객들이 최후를 맞기 전 배 안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소상히 적혔다.
그레이시 대령은 사고가 벌어진 4월14일 당시, 먼저 타이태닉호의 수영장에서 구기 운동을 한 뒤 수영을 즐겼다. 이후 휴식을 취하던 그는 오후 11시40분께 잠에서 깼고, 그 직후 선박 엔진이 작동을 멈췄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레이시 대령은 타이태닉 침몰 직전 여성, 어린이들을 도와 구명보트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왔고, 담요를 건네줬다. 정작 그는 타이태닉이 빙산에 부딪힌 순간 배가 가라앉으면서 바다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후 그는 나무판자를 붙잡고 바다 위에 표류했다가, 코르크 뗏목을 발견해 그 위에 올라탔고, 수 시간을 견딘 끝에 가까스로 구조될 수 있었다.
탈출 과정에서 그레이시 대령은 수십명의 남성들이 구조 보트로 몰려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 중 중 절반 이상은 싸늘한 밤공기에 얼어붙거나, 혹은 탈진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또 일부는 배 용골에 발을 헛디뎌 미끄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헨리 올드리지 앤 선은 그레이시 대령의 경험담에 대해 "그날 저녁 사건에 대한 가장 자세한 설명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레이시 대령은 사고 이후 미국 뉴욕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8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 여러 지병으로 끝내 눈을 감았다. 당시 대령의 유족 측은 그가 타이태닉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