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하락에도 이자이익 3.6조
ELS 충당금 사라지자 은행 1년 만에 163%↑
그룹 이익 중 비은행 비중 42%까지 늘어
KB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더 늘면서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다. 지난해 1분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액을 충당부채로 반영한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증가폭이 크게 개선됐다. 시장금리 하락에도 이자이익이 소폭 늘어나는 등 선방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KB금융지주는 24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이 1조697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20억원) 대비 62.9% 늘었다고 밝혔다. 분기 최대 이익이던 지난해 2분기(1조7322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증권가에서 추정한 전망치(1조5780억원)보다 높다.
KB금융 재무담당 나상록 상무는 "지난해 1분기 은행의 ELS 손실보상 관련 충당부채 전입의 기저효과가 소멸되고, 균형 잡힌 그룹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며 그룹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순이자이익은 3조262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0.6% 증가했다. 나 상무는 "시장금리 하락 영향으로 이자수익이 감소했지만 핵심예금 유입이 확대되는 등 조달비용 절감 노력에 힘입어 이자이익은 전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1분기 그룹의 순이자마진(NIM)은 2.01%로 전 분기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은 1조292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4.9% 증가했다. 순수수료이익은 93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수수료 회복 지연에 따른 것이다. 반면 국고채 등 시장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유가증권 관련 실적이 개선되면서 기타영업이익(3580억원)은 47.9% 급증했다.
계열사별로는 KB국민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26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3.5%나 늘었다. 지난해 1분기 충당부채로 반영한 ELS 손실보상액 등 일회성 비용이 사라진 영향이다. 유가증권 관련 실적도 회복하며 전년 동기 대비 6369억원이 증가했다. 순이자이익은 2조5967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0.89% 증가했다. NIM은 1.76%로 같은 기간 0.04%포인트 상승했다.
KB증권의 당기순익은 17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주가지수 하락으로 유가증권 평가 관련 손익이 축소되고, 국내 주식거래대금 감소로 증권수탁수수료가 줄면서 순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KB손해보험은 3135억원으로 같은 기간 8.2% 증가한 반면, KB라이프생명은 870억원으로 7.7% 감소했다. KB국민카드는 1분기 당기순익이 845억원으로 39.3% 감소했다. 가맹점수수료율 조정으로 수수료가 줄고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이 늘어난 영향이다. 그룹 이익에서 비은행 부문 비중은 42%까지 늘었다.
KB금융그룹의 1분기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3.67%,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6.57%를 기록했다. 비용효율성 지표인 그룹 CIR(Cost-to-Income Ratio)은 역대 최저 수준인 35.3%를 기록하며 뚜렷한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였다. CET1 비율에 영향을 주는 위험가중자산(RWA)은 348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0.7% 증가했다. 그룹은 연간 증가폭을 4.5%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KB금융은 실적발표에 앞서 이사회를 열고 주당 912원의 현금배당과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의했다. 나 상무는 "새 정부가 들어서도 밸류업 프로그램은 중단없이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와 경기부양, 금융권 안정의 연장선에서도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공통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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