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이하 DMA)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상호운용성을 촉진함으로써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됐다. 시행 이후 플랫폼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면서 한국에서도 '건강한 규제'를 통해 산업의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률신문은 지난 16일, 서울대 경쟁법센터와 서울대 법과경제연구센터가 공동 주최한 '전문가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 벨기에 나무르대학교의 알렉산더 드 스트릴(Alexandre de Streel·사진) 교수와 만나 DMA의 핵심 내용과 한국에 주는 정책적 시사점에 대해 들어봤다. 드 스트릴 교수는 EU 규제연구센터 학술책임자로서 DMA의 설계와 시행에 깊이 관여해 온 인물이다.
DMA는 알파벳(구글),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바이트댄스, 부킹닷컴 등 7개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이들에게 별도의 규제를 적용한다. 드 스트릴 교수는 EU 집행위원회의 최근 애플에 대한 결정을 소개하며 "스마트워치 등 새로운 기기를 개발한 기업이 애플과의 연동을 요청할 경우, 애플은 해당 요청이 기술적으로 타당한지 분석한 후 응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나 안드로이드가 무조건 모든 요청을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사 제품뿐 아니라 타사 제품에도 차별 없이 동일한 조건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DMA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규제"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플랫폼 법'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DMA처럼 상호운용성을 보장해 폐쇄적 생태계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드 스트릴 교수는 이에 대해 "최종적인 제도 도입 여부는 한국 입법자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면서도 "상호운용성과 공정 경쟁은 결국 '혁신'과 '이용자 선택권 확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자국이 혁신에서 뒤처졌음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법을 정밀하게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DMA 논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법의 정확한 타깃 설정과 명확한 규정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규제가 지나치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밝혔다. 드 스트릴 교수는 "만약 규제가 혁신을 해친다면 왜 실리콘밸리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강한 규제를 시행 중인 캘리포니아에 자리잡고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혁신을 가로막는 건 규제가 아니라 '잘못된 규제'"라고 했다. 그는 "DMA는 '건강한 규제'"라며 "이러한 규제를 통해 새로운 경쟁 환경이 만들어지고, 더 공정하고 균형 잡힌 시장 질서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빈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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