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등 각국서 애도 메시지 쏟아져
고언 유언 따라 장례 간소하게 치러질 듯
내달 새 교황 선출 절차 돌입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향년 88세로 선종하자 세계 각국에서 애도와 추모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공공건물에 조기 게양을 지시하며 교황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으며 모국인 아르헨티나 정부는 7일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바티칸 밖에 특별한 장식 없이 묻어달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는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시작되는 교황 선출 절차에서 아시아 또는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비(非) 백인 교황이 배출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멜라니아와 장례식 참석…교황 모국 아르헨티나 7일간 국가 애도기간 선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애도하기 위해 미국의 공공건물에 조기 게양을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난민 등 각종 국제 현안을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견을 보였지만 이날 고인에 대해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며 "그는 열심히 일했고, 세계를 사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를 찾게 되면 지난 1월 재집권한 뒤에 첫 외국 방문이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애도를 표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날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러시아에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표현하신 분"이라며 "우리는 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 2015년, 2019년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났으며 2021년 12월에 교황과 마지막 전화 통화를 했다.
중동의 앙숙인 이스라엘과 이란도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에 한목소리로 애도를 표했으며 독실한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도 엑스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애도한다"며 "평화, 사회적 정의, 그리고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한 그의 헌신은 깊은 유산을 남겼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독일 차기 총리로 취임할 예정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도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 선종 소식에 모국인 아르헨티나 정부는 7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12년간 세계 14억 카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생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했다. 교황은 젊은 시절 폐 일부를 절제해 겨울철에는 기관지염이나 다른 호흡기 질환에 자주 시달렸다. 내내 그를 괴롭히던 호흡기 질환으로 교황은 지난 2월 14일부터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았다. 하지만 직접 사인은 뇌혈관 질환이었다. 안드레아 아르칸젤리 바티칸 보건위생국장은 교황이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회복 불가능한 심부전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이날 저녁 밝혔다.
그는 눈감는 날까지 '전쟁을 끝내라'며 세계 평화를 염원했다. 전날 남긴 생전 마지막 부활절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자지구의 상황이 개탄스럽다"면서 "전쟁 당사자들에게 휴전을 촉구하고 인질을 석방해 평화의 미래를 열망하는 굶주린 이를 도와줄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교황 '간소한 무덤에 묻어달라' 유언…차기 교황에 이탈리아·필리핀 출신 추기경 유력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가는 길은 고인의 유언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의 지하에 특별한 장식 없이 간소한 무덤에 묻어달라는 유언장을 남겼다. 전임 교황 265명 중 148명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됐다. 교황청은 교황이 무덤에 특별한 장식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자신의 교황명을 라틴어(Franciscus)로 새겨주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애도 기간은 9일이며 장례식은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4~6일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이 선종하면서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사도좌 공석'(sede vacante) 상태가 됐다. 사도좌는 으뜸 사도이자 초대 교황이던 베드로에게 예수가 맡긴 자리로 사도좌 공석은 베드로를 후계하는 교황이 선종이나 사임으로 공백인 기간을 말한다.
이에 따라 내달 차기 교황 선출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탈리아)과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필리핀)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파롤린 추기경은 2013년부터 10년 넘게 바티칸 2인자 국무장관으로 일해 관료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글레 추기경은 개혁적 성향에 아시아 출신이라는 점에서 차기 교황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아직까지 교황 중 아시아 출신은 아무도 없었다. 비유럽 출신으로 아프리카 성직자들도 물망에 올랐는데,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첫 장관을 지낸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 추기경(가나)도 차기 교황 후보로 언급됐다. 아프리카 출신이 교황으로 선출되면 492∼496년 재임한 젤라시오 1세 이후 1529년 만이 된다.
미국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은 이날 파롤린 추기경이 선출될 확률을 42%, 타글레 추기경은 30%로 점쳤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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