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가입자 900만명 돌파 전망
MZ세대 겨냥한 전환서비스 봇물
교육·렌탈업계 진출…경쟁 본격화
국내 상조시장이 마침내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면서 장례와 실버 케어 수요가 증가하고,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대거 유입되면서 상조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웅진·대교·코웨이 등 업계 밖 기업들도 상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해 진출했다. 고객의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토털 라이프케어' 전략을 중심으로 시장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2일 상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조시장의 선수금 규모가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그해 3월 말 기준 선불식 할부거래업체 77곳의 전체 선수금 규모는 9조4486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상조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70곳으로, 이들이 보유한 선수금은 전체의 99.6%인 9조4067억원에 달했다. 상조 상품 가입자 수는 863만명으로, 선불식 할부거래업체 전체 가입자의 96.8%를 차지했다.
공정위 발표 이후 9개월 만에 상위 5개 상조업체의 선수금은 62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각 사의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프리드라이프는 지난해 말 기준 부금 선수금 2조5607억원을 기록했다. 3월 대비 2642억원(11.5%) 늘어난 수치다. 부금 선수금은 상조업체 가입 회원들이 월마다 미리 납부한 상조비의 누적 금액으로, 시장 규모는 물론 업체별 경영 능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같은 기간 보람상조는 657억원(4.4%), 교원라이프는 1279억원(9.6%), 대명스테이션은 1349억원(10.7%), 더케이예다함은 362억원(5.1%) 증가했다. 이들 5개사는 전체 선수금의 75%를 차지하며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주요 업체의 선수금 증가분을 반영하면 10조1000억원에 가까운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선수금 확대와 함께 상조 상품 가입자 수도 9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상조시장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전체 인구 수는 2020년 5184만명을 정점으로 2070년 3766만명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장례 및 실버 케어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상조업체들은 특히 MZ세대란 새로운 고객층의 등장을 계기로 웨딩, 여행, 어학연수, 반려동물 케어 등 이들의 수요에 맞춘 전환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2030세대의 상조 상품 가입률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프리드라이프에 따르면 지난해 2030세대 신규 계약 구좌 수는 2021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보람상조 역시 2030세대 가입 비율이 2021년 17%에서 2023년 30%로 증가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업계 외부 기업들의 진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웅진·대교 등 교육기업은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로 영유아 교육사업이 한계에 다다르자, 상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웅진은 다음 달까지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마무리하고, 교육과 상조의 시너지를 모색할 방침이다. 가전렌탈업계 강자인 코웨이도 '코웨이라이프솔루션'을 설립하고 상반기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강력한 방문판매 조직을 기반으로 고객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기성 업체들은 기존 강점을 한층 강화하며 시장 지키기에 집중하고 있다. 직영 장례식장 확보와 시설 고급화를 추진하고, 순수 상조 상품뿐 아니라 다양한 결합 상품과 전환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객 유치와 서비스 고도화를 동시에 노린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상조업은 단순한 장례 지원을 넘어 토털 라이프케어로 확장되는 만큼, 고객 생애주기에 맞춘 서비스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