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열폭주 관찰 시간 24배↑
中 정부 주도 검사·방법 구체화
전문가 "적극적인 대책 마련해야"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안전기준을 '역대 가장 엄격한 수준'으로 강화하고 있다. 국내엔 아직 규정조차 없는 열 폭주 이후 2시간 이내, 300회 충전에도 화재나 폭발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국가표준에 명시한 것이다. 지난해 인천 청라지구 전기차 화재 사고 등을 비롯해 중국산 배터리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일들이 있었는데, 중국 정부가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배터리 외연 확장까지 어렵게 되자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는 평가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등 기술 분야에서 한발 늦었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안전성 표준 대응에도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해 8월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 안전 요구사항과 관련된 새로운 국가표준을 발표하고 내년 7월1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안전성 강화는 급속충전, 열 확산, 바닥 충격 등 크게 세 가지다. 2020년 발표한 표준보다 검증 방법을 구체화하고 최근 제기된 화재 사고 등 우려 사항을 반영했다. 중국 정부는 배터리가 전기차에 탑재되고 판매되기 전 직접 시험을 거쳐 안전성을 인증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열 폭주 관찰 시간이다. 배터리셀의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할 경우 2시간 이내에 화재나 폭발이 발생하지 않고 온도는 60도 이하로 낮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기존 5분이었던 열 폭주 관찰 시간이 24배 길어진 것이다. 탑승자에게 유해한 연기가 발생해서도 안 된다. 또 배터리 팩이 150줄(J)의 에너지를 지닌 직경 30㎜ 강철 공에 맞고, 300회 고속충전한 이후에도 화재나 폭발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도 신설됐다.
우리 정부도 국내 전기차 열 폭주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2월부터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배터리 인증제와 이력관리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현재 총 12개의 시험 항목이 있으나, 중국처럼 열 폭주 모니터링 시간이나 급속충전 시험 규정 등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국내 관련 기관의 한 연구원은 "유엔(UN)에서 열 폭주 관련 국제 기준 제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결과가 나오면 한국도 13번째 시험 항목으로 채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배터리 안전기준이 강화되면 최대 경쟁자인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봤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안전 문제는 강제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인증제를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수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국의 표준개정에 대해 "화재 건수가 많은 신에너지 차에 대한 선제 대응"이라며 "한국은 배터리 실명제, 충전 전기차 지하 주차장 출입 금지 등의 대책이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중국의 검사 규정에 비해선 소극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효적인 대책이 되기 위해선 일반적인 충·방전 검사 등 전기적 검사 외에 비파괴적 검사 등 세부 내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식 규제를 무작정 따르기보다는 산업 여건과 시장 속도를 감안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전을 우선시하는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정부가 너무 빠르고 엄격하게 기준을 강화하면 오히려 시장 성장 속도가 더뎌지고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산업과 경제 전반의 상황을 고려해 기준 강화의 시기와 방식은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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