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12.3 비상계엄
경제·사회 장벽에 가로막힌 韓
'4월의 정신'으로 다시 일어서야

[시시비비]2025년 4월, 갈아엎어야 할 두 개의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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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오면 생각나는 두 시인이 있다. 영국 시인 T.S 엘리엇(1888~1965)은 그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불렀다. 엘리엇은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듯 얼어붙은 땅을 깨워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고통과 아픔이 있기에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역설했다.


엘리엇이 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참상과 황량한 세상을 그렸다면 민족시인 신동엽(1930~1969)은 보다 적극적인 어조로 ‘4월은 갈아엎는 달’이라고 노래했다.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일어서는 달’.

신동엽은 가혹한 폭정에 맞선 동학농민혁명과 불의한 독재정권에 항거한 4·19혁명을 사랑했다. 그는 억압과 부패, 왜곡과 거짓의 세상을 갈아엎고 그 자리에 보리를 뿌려 비단처럼 물결칠 푸른 보리밭을 보고 싶어 했다.


4월은 잠든 땅을 흔들어 깨워 새순을 틔우듯 뭔가 희망이 솟구치는 계절이다. 매서운 찬바람은 서서히 걷히고 따사로운 햇살은 더욱 강력하게 만물을 소생시킬 것이다. 시인의 감정이 아니더라도 구태의 밭을 한바탕 갈아엎고 새로운 씨앗을 뿌려보고 싶은 열정이 돋아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갈아엎고 다시 일어서야 하는가. 4월이 열리자 우리 앞에 두 개의 커다란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첫째, 트럼프의 관세 장벽이다. 당장 트럼프는 2일(현지시간) 예정된 상호관세 부과와 관련해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더티(dirty) 15’로 알려진 일부 국가가 아니라 모든 국가에 보편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곧바로 3일부터는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자동차가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한국의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백악관에서 31조원의 투자 보따리를 풀었지만 당장은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을 늘려 관세 충격을 줄이는 한편,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의 새로운 판매 루트를 개척해야 하는 힘든 여정에 올랐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판을 갈아엎고 새로운 무역 질서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갈 국가적 역량과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할 때다.


둘째, ‘12.3 비상계엄’ 장벽을 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는데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진영 간 찬반 주장이 극명하게 갈려 한치의 흠결도 없는 결론을 내기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던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사건까지 마무리된 상황에선 더는 지체할 이유가 없다. 자칫하면 불신과 혼란의 소용돌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 헌재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신속히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헌재의 존립 기반은 물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지키는 헌정질서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왜곡과 거짓의 선동으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죽고 잠든 뒤에야 비로소 생명이 자라나고 깨어나듯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라 갈아엎고 일어서야 할 부활의 달이다. 2025년 4월, 장벽을 갈아엎고 세상을 바꾸는 커다란 격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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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시인은 다시 외친다.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조영철 콘텐츠편집1팀장


조영철 팀장 yccho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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