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직원 숨지게 한 가해자
부당한 업무 명령 갑질 혐의 의혹
2023년 전북 장수농협에서 결혼한 지 석 달 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진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농협 간부 등이 법정에 서게 됐다. 당시 이들은 "서울 노량진에 가서 킹크랩을 사 오라"라고 요구하거나 면박성 발언을 하는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는 17일 전주지검 남원지청이 근로기준법 위반 및 협박 등 혐의로 장수농협 간부 A씨 등 4명을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장수농협과 사건에 연루된 노무법인 등 법인 2곳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A씨 등은 전북 장수농협에서 근무하던 직원 B씨(당시 33세)에게 부당한 업무명령을 내리는 등 갑질하고 괴롭힌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결혼한 지 불과 석 달 밖에 되지 않은 지난 2023년 1월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유족들은 진상을 밝혀달라며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고용노동부는 장수농협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해 A씨를 포함한 여러 상급자가 B씨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을 벌인 정황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B씨에게 부유한 가정 환경을 언급하며 "서울 노량진에 가서 킹크랩을 사 와라"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업무에서 빠져라" "일을 못 하니 징계하겠다" 등의 고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B씨의 죽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까지 이 농협에서는 부당한 업무지시와 갑질이 횡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도 B씨의 병원 진료기록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내용,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A씨 등이 B씨에게 갑질을 했다고 판단,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로부터 수사 결과를 넘겨받은 검찰은 법리 검토를 거쳐 위법 사항이 드러난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된 이들은 업무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 등으로 피해자에게 괴롭힘과 협박을 자행했다"며 "피고인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9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1명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5.9%는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유형별로는 모욕과 명예훼손이 23.5%로 가장 많았다. 부당한 지시(19.6%), 폭행과 폭언(19.1%)이 그 뒤를 이었다. 대응 방식으로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51.3%로 절반을 넘었으며, 회사를 그만둔 응답자는 23.7%에 달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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