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상호관세 도입 시뮬레이션
"美 실질 관세율 1.5%→4.8%로 상승"
인도 등 관세 높은 개도국 타격 받을 듯
EU도 車관세·부가가치세 높아 타깃 예상
"상호관세로 인플레 연 0.5%P 상승"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상호관세'를 도입하면 미국의 실질 관세율이 현재 1.5%에서 약 5%로 오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대미 관세율이 높은 인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가가치세 20%를 적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비판해 온 유럽연합(EU)도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미국 안팎에서는 이 같은 상호관세 도입이 교역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부르고 인플레이션 등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상호관세 도입 시 美 실질 관세율 1.5%→4.8%"
11일(현지시간)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도입하면 미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실질 관세율은 2022년 기준 1.5%에서 4.8%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전체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주요 수입국 10곳을 기준으로 가중 평균 관세율을 추정한 결과다. 중국, 멕시코, 캐나다, 일본, 베트남 등이 미국이 대규모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주요 수입국에 포함된다.
상호관세는 외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동일한 세율을 미국도 해외 수입품에 부과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 보편관세 도입과 함께 상호관세 시행을 공약했다. 일단 취임 초인 지금은 보편관세 공약을 대체하려는 목적으로 상호관세 카드를 뽑은 것으로 보인다.
인도 등 개도국 타격 전망…車 관세, 부가가치세 높은 EU도 타깃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의 주요 타깃으로는 인도와 유럽연합(EU)이 꼽힌다. 미국은 2022년 인도에 평균 3% 관세를 적용했지만, 인도의 대미 관세율은 세 배가 넘는 9.5%였다. 카토 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무역정책 전문가는 "주로 개발도상국, 특히 인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13일 예정된 미국·인도 정상회담에서 무역 불균형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EU 또한 상호관세 도입 시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U는 미국산 자동차에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고, 부가가치세도 20%에 달해 트럼프 대통령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EU에 대해 "그들은 20%의 부가가치세를 매기고 있고 그건 거의 관세"라고 비판했다. EU는 대부분 소비재에 20% 내외의 부가가치세를 적용하고 일부 품목에는 면세 또는 감면 세율을 적용한다.
자동차 관세도 상대적으로 높다. 미국은 현재 유럽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지만 EU는 미국산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매긴다. 자동차 부가가치세 21.6%까지 고려하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사실상 30%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실장은 앞서 상호관세 부과 시 EU의 부가가치세를 고려해 책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역시 예고했는데 향후 상호관세와 함께 어떻게 적용할지도 관건이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부분의 제품에 관세가 없다. 다만 우리나라가 지난해 557억달러로 사상 최대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부분을 문제 삼을 가능성도 있다.
상호관세, 인플레 부메랑 되나…"연 0.5% 추가 상승 전망"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도입하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이체방크는 상호관세 조치로 실질 관세율이 3.3%포인트 오르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연간 최대 0.5%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근원 PCE 물가지수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6%란 점에 근거해 상호관세 부담이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됐을 경우를 가정해 계산한 결과다. 소비자가 상호관세 인상 충격의 절반만 흡수하는 상황에서는 근원 PCE 물가가 0.25%포인트 추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가장 중시하는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기준 2.8%로, 목표치인 2%를 이미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도입으로 인플레이션이 3%를 훌쩍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로 신중한 금리 인하를 시사한 Fed의 통화완화 재개 시점을 더욱 늦출 수 있다.
다만 상호관세가 보편관세를 대체한다면 당초 우려했던 최악의 무역 전쟁이 발생하는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골드만삭스는 상호관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이 정책을 과거 논의한 10~20% 보편관세에 대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관세를 철회하고 상호관세 부과로 나아간다면 더 큰 무역 전쟁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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