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주시하며 방안 강구하겠단 분위기
현지공장 없는 기업 경쟁력 떨어질 수도
자동차·반도체에 이어 의약품에 대한 관세 또한 검토 중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급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우려 역시 고조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이자 우리 기업들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에서 관세전쟁이 발발하는 경우 크고작은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하고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15억300만 달러(약 2조2000억원)로 2023년에 견줘 50%가량 증가했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수출하는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수출하는 대웅제약·휴젤, 뇌전증 치료제를 수출하는 SK바이오팜 등이 이 같은 흐름을 견인하고 있는데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대부분 직간접적인 영향에 노출된다.
셀트리온의 경우 최근 주주서한을 통해 미국 내 생산기지를 인수하거나 새로 구축하는 등의 방식으로 관세 압박을 돌파하겠다는 중장기 대응 시나리오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간과 비용의 문제를 고려할 때 관세의 영향을 완전히 피해 가는 즉각적인 방안으로 작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자본력에 따라 실현 가능성 또한 제각각이다.
이런 탓에 대부분의 기업은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분위기다. 뾰족한 방안을 도출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일본 바이오 기업들이 부각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후지필름과 론자 등 일본 바이오 기업들이 현재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미-일 간의 밀착이 지속되면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 부회장은 "미국 현지 시장이 인위적으로 차별을 가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곳이 이득을 보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의약품의 경우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이 자국 내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특히 큰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어느 정도로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일선 기업들 차원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측면지원이 지금부터라도 본격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 부회장은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굉장히 좋은 상황이기에 일본은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 또한 이 문제를 산업적 관점에 가둬두지 말고 외교통상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 충격파를 사전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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