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면서 '감사연설'을 강요해 논란이 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팔레스타인 죄수 183명의 석방 대가로 이스라엘 인질 3명을 송환했다. 하마스는 인질 석방에 앞서 이들을 차량에 태워 데이르 알발라 시내를 돌게 한 뒤 야외에 마련된 무대 위에 세웠다.
복면 차림으로 무장한 하마스 전사 사이에 선 인질들은 석방증명서를 들고 감사연설을 강요받았다. 16개월간 인질로 잡혔던 엘리 샤라비(52)씨는 가족을 만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지만, 부인과 두 딸은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테러 때 피살됐다. 샤라비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인질 송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내부는 격앙된 분위기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석방된 이스라엘 인질에 대해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들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하마스 인질의 앙상한 모습에서 나치 독일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비쩍 마른 유대인 수감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하마스의 감사 인사 강요 행위를 휴전 협정 위반으로 규정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 휴전의 첫 단계가 만료된 뒤 전쟁을 재개하자는 여론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NYT의 분석이다.
지난달 도출된 휴전 협정에 따르면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1단계로 6주간 교전을 멈추고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면서 이스라엘 군인 석방과 영구 휴전 등 2·3단계 휴전 논의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부에선 하마스가 권력을 유지하는 한 휴전은 불가능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이날 하마스가 인질 석방 과정에서 보인 비윤리적인 모습이 이스라엘의 보수파를 자극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하마스가 인질 석방에 앞서 감사 인사를 강요한 것은 팔레스타인 주민을 향한 내부 메시지로 보인다. 가자 전쟁으로 지도부가 괴멸 직전까지 갈 정도로 큰 피해를 봤지만, 하마스는 여전히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마스는 이날 인질 석방에 대한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국민의 저항은 이스라엘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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