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서 박정희 동상 제막식 개최
대통령 축사 대독 예정됐으나 취소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틀 뒤인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 축하 화환을 보낸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 5차례 계엄령을 선포한 바 있다.
5일 연합뉴스는 "경북 안동 소재 경북도청 앞 천년 숲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열린 가운데 행사장 한쪽에 윤 대통령의 축하 화환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제막식에선 윤 대통령의 축사가 계획돼 있었고 이를 전광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대독할 예정이었으나 전면 취소됐다. 비상계엄 선포·해제 여파로 대통령실 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전날 일괄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8.2m 높이 동상은 경북 지역에 설치된 박 전 대통령의 8번째 동상으로 '박정희 동상 건립추진위원회’가 모금 운동을 벌여 마련한 20억원으로 제작했다. 동상 제작은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 심사위원을 지낸 이상일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와 대통령상을 받은 이상호 작가가 맡았다. 주물 작업은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을 제작한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동상 하단에는 '오천년 가난을 물리친 위대한 대통령 박정희'라는 문구가 새겨졌고, 뒤편에는 박 전 대통령의 12대 업적을 적은 배경석들이 세워졌다. 특히 배경석에선 1961년 '5·16 군사쿠데타'를 '5·16 혁명'으로 표현했으며 "5·16은 대한민국이 근대화 혁명, 민족중흥 혁명, 산업혁명, 국가재건 혁명이라는 성격을 가진 총체적 국가개조혁명이었다"고 적혔다.
추진위 김형기(경북대 명예교수) 추진단장은 "5000년 가난을 물리친 탁월한 경세가, 민족중흥의 위대한 총설계사인 박 대통령 동상을 세우게 돼 기쁘다"며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세운 것은 그 정신을 후세에 계승하고 전파하기 위한 것으로 '박정희 우상화'가 아닌 '박정희 정상화'"라고 말했다. 반면 김헌택 안동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이날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는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윤석열이 그제(3일) 선포한 비상계엄을 국민이 막아냈다"며 "비상계엄 하면 떠오르는 논란의 인물, 독립군을 때려잡고 수많은 노동자와 민주 열사들을 죽이고 탄압한 자의 동상을 이곳에 세워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현재 전국에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수는 10개다. 이 중 청도·경주·포항·구미·경산 등 경북에만 8개가 설치돼 있다. 구미에서는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만 12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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