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구도 5대 5 동률 이뤄
내달 한미약품 주총서 재대결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에서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연합 측이 '반쪽 승리'를 거뒀다. 이사회 구도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임종윤 사내이사의 형제 측과 각각 5명씩으로 동률이 되면서 어느 한쪽이 독단으로 주요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된 가운데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송 회장과 임 부회장, 개인 최대주주 신 회장 등 3자 연합 측이 제안한 정관 변경의 안이 부결됐다. 하지만 제2호 의안인 이사 선임의 건을 통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됐다.
정관상 이사 수를 기존 10명 이내에서 11명 이내로 확대하는 정관변경의 안은 특별결의안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약 66.7%)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투표 결과, 57.89%만이 정관 변경의 건에 찬성했다. 반면 일반결의 안건으로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으로 통과되는 2-1호 의안인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선임의 건’은 찬성 57.86%로 통과됐다. 의결권 있는 전체 주식 수(6771만3706주) 중 출석률은 84.7%(5734만864주)로 집계됐다.
임 대표는 이날 임시 주총이 끝나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회사를 위한 좀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도 임시 주총 직후 낸 성명에서 "이사회에 진입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치열한 분쟁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3자연합 측의 목표였던 지주회사 경영권 장악이 실패하며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 되는 모양새다. 이번 임시 주총 결과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는 3자연합 측 5명, 형제 측 5명으로 5대 5 동률이 됐다. 이같은 구도에서는 대표이사 변경, 주요 경영에 관한 결정을 한쪽에서 단독으로 내릴 수가 없게 된다.
우선 양측은 다음 달 19일 한미약품 임시 주총을 열고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해임하는 안건 등을 둔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3자연합이 시도했던 것과 같이 형제 측도 다음 달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인사를 신규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안건이라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또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절반을 차지하게 된 3자연합이 이사회 결의를 거칠 것을 요구하며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설 수도 있다.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도 뚜렷한 승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양측은 내년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까지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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