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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금융시스템 지체와 발전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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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금융시스템 지체와 발전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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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발전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파괴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2024년의 3분의 1을 보내는 동안 금융권에서 벌어진 것들을 봐도 그렇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새마을금고 ‘작업 대출’ 사태, 시중은행 직원 배임 사건·횡령 사건, 금융감독원 국장급 인사의 내부 정보 유출 등 부정적인 이슈로 금융권은 연초부터 줄곧 몸살을 앓았다.

홍콩ELS 사태는 은행권의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과 금융당국의 감독 미비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를 시작으로 본격화한 부동산 PF 문제는 부동산 개발 과정의 과도한 차입 관행과 금융권의 탐욕이 불확실성을 얼마나 증가시키는지 확인케 했다. 22대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새마을금고 작업대출 사건과 시중은행 직원의 배임·횡령 사건은 불법 대출 실태와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들 사건은 모두 현재 진행형으로, 이해관계자 간 분쟁은 물론, 언제든 더 큰 시스템의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더라도 ‘신뢰의 훼손’과 상흔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ELS의 경우 올해 1분기 발행금액이 4조539억원(한국예탁결제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4분기 7조5512억원 대비 46% 이상 감소했다. 금융당국이 진화에 애를 먹고 있는 PF 시장 4월 위기설은 5월로 옮아가고 있다.


진부한 클리셰처럼, 일련의 사건들은 다시 한번 금융시스템의 지체(遲滯)를 가리키고 있다. 촘촘할 것 같았던 규율과 제도는 소수의 나쁜 선택에 힘없이 무너졌다. 160년에 가까운 업력을 가졌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까지 1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고, 모기지 대출을 주력으로 성장했던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armer Mac)의 몰락도 순식간이었다는 점을 우리는 수시로 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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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금융권에 어두운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편에서는 보다 나은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누군가의 노력과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협력이 이어졌다.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해묵은 과제를 해소할 실마리를 찾아 비로소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고,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결실을 보기도 했다.

금감원 김미영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이 이끄는 공정금융추진위원회는 최근 상속재산 정리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공통 서류기준’을 만들었고, 기업의 단체보험금을 근로자가 직접 청구해 받을 수 있도록 개편하는 방안을 내놨다. 개별 금융사 입장에서 큰 이익이 되지 않기에 방치됐던 과제를 금감원이 시중은행은 물론, 상호금융권 그리고 보험사의 협력을 끌어낸 결과다.


위원회는 오랜 과제였던 제2금융권의 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실비 중심으로 개선해 금융소비자 부담을 줄이도록 하는 한편, 보험회사와 금융소비자 간 합의하에 체결되는 화해계약의 불공정한 운영 관행에도 메스를 댔다. 강압과 사기 대출피해자에 대한 추심을 완화하도록 금융권을 압박하는 일도 지속하고 있다.


역시 대중의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과 고용을 연계하기 위한 ‘금융·고용 복합지원’ 사업에 열정을 쏟고 있다. 사업에 대한 관심을 언론과 업계에 수시로 요청할 정도로 적극적이라고 한다. 단순히 서민금융지원을 넘어 금융이 고용·복지와 만나 더욱 확장할 수 있는 기본 틀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의지다.


나쁜 일은 편협함과 욕망 그리고 관행이란 약점을 숙주 삼아 반복된다. 반면 좋은 일은 작고 점진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 시스템의 지체에 가려 개선과 발전의 결실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음에 안타까울 뿐이다.





임철영 경제금융부 차장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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