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벨트'와 충청권에 변화 올 것
조국신당은 분산 효과, 외연 확장 어려워
의료대란 국민의힘에 악재로 폭발할 수도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선거학회 회장을 지낸 선거전문가다. 각종 방송에 출연해 활발히 활동하는 정치분석가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오전 11시 그를 만나 총선 판세를 물었다. 김 교수는 “현 추세가 유지된다면 과반은 어렵지만, 국민의힘이 1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야 공천에 대해 평가한다면.
공천 평가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투명성, 객관성, 공정성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 특이하게 공천 관련된 기구를 이원화했다. 공관위가 있고 전략공관위가 있다. 또 하위 20%를 배제한다는 대원칙을 세웠는데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잡음은 적었지만. 결국 현역 불패고, 친윤 강세였다. 다만 현역 의원에 대해 조직적인 감점이 없었다는 게 민주당과의 차이였다. 이른바 ‘개딸’이 국민의힘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줬다.
국민의힘이 공천 전략을 잘 짰다는 말인가.
전략적으로 소프트랜딩 했다. 첫째,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치고 나갔다. 둘째, 서병수 조해진 김태호 의원 등 현역 중진들을 초기에 재배치했다. 셋째, 송파갑에서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변호사가 컷오프되면서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다. 대통령과의 차별화, 상대적으로 공정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줬고 이런 것이 정당 지지도 등에 영향을 줬다.
현재 판세를 어떻게 보나?
정당 지지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세 가지다. 우선 그 정당을 이끌어가는 사람에 대한 평가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대표의 호감도 평가를 하면 누가 높게 나오겠나. 이게 가장 큰 요인이다. 둘째는 공천 파동과 관련돼 어느 정당이 공정하냐는 것이고, 셋째는 어떤 게 새롭냐는 것이다.
구도가 윤석열-이재명에서 한동훈-이재명으로 전환됐다. 윤석열이 사라졌다. 대통령 지지율은 3주 연속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비율로 따지면 80% 정도가 한동훈 효과다. 20%는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하는 등의 효과다. 나아가 의료대란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에 대한 국민 지지가 높다. 현 추세가 유지된다면 과반은 어렵지만, 국민의힘이 1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의료대란은 앞으로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지금부턴 다를 수 있다. 벌써 3주째다. 환자들 생명과 관련된 부분이어서 끌면 끌수록 불리한 게 있다.
이재명 대표가 사퇴하거나 할 가능성은 없나.
사퇴할 가능성은 없다. 한 달 남은 상황에서 특별한 변화가 오지 않는 이상 이재명 대표 체제는 유지될 것이다. 그럴 경우 현재 정당 지지세가 급격하게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2020년 2월 4주부터 총선이 있었던 4월 2주까지의 정당 지지도를 분석해 봤는데, 2020년 2월 4주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 지지율이 37%였다. 지금과 비슷했다. 한동훈-이재명 구도가 바뀌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정당을 평가할 때 정당 지지도가 몇 퍼센트냐보다도 그 정당의 이미지가 중요하다. 지난 2월 넷째 주에 갤럽이 정당 이미지 조사를 했다. 경제 발전 노력, 서민 복지 노력, 국민 여론 형성, 변화쇄신 노력, 공정사회 노력 등 5가지 측면에서다. 변화쇄신·공정사회 노력에서 민주당이 특히 밀렸다. 이게 중요하다. 공천 과정 등을 보면 이 대표의 목표는 명확해 보인다.
목표? 뭔가.
이 대표는 이번 공천 통해 민주당 주류세력을 교체하려 했다. 철저하게 친명 세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본인의 사법리스크를 줄이고, 그래야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진다고 해도 이 대표는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야 대법원 판결 전까지 버틸 수 있다. 민주당이 처음에는 180~200석 얘기했는데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국민의힘 1당'을 전망하는 이유는.
국민의힘이 1당이 되려면 수도권 122석 중 47석 정도 얻어야 가능하다. 서울에서 23석 정도다. 21대 총선에서는 8석을 얻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곳이 한강벨트 12석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용산 빼고 한강벨트 나머지 지역에서 윤 대통령이 모두 승리했다.
경기도에서는 반도체벨트와 서울 편입을 원하는 벨트가 주목된다. 그곳 지역민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투표장 가는 이유 하나가 포켓밸류 보팅, 즉 내 주머니를 두껍게 해줄 때다.
진짜 관심 있는 지역은 충청권이다. 충청도가 스윙보터지역이다. 2022년 지방선거 31개 충청 단체장에서 23곳을 국민의힘이, 8곳을 민주당이 이겼다. 그런데 2020년도에는 정확히 반대였다. 민주당이 23곳, 국민의힘이 8곳에서 이겼다. 이번엔 충청이 국민의힘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
조국혁신당이 화제다.
실제로 조국혁신당은 새로운 야권 지지층을 만들어내는 ‘창출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민주당 지지층을 분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한국갤럽 조사에서 확인되었듯이 민주당 지지자의 표심이 민주당 중심 비례연합정당(62%)과 조국 신당(26%)으로 분산됐다.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높게 나온 이유는 ‘친문학살 공천’이 가져온 하나의 현상이다. 친문학살에 반발한 세력이 민주당을 이탈했다.
동시에 헌법재판소가 반국가 세력으로 인정해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린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 인사와 대한민국 정체성이 의심되는 인사들의 국회 진입의 길을 터준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동의하지 않는 민주당 지지층이 조국혁신당으로 이탈했기 때문인 것 같다. 위성정당 지지율과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합치면 원래 정당 지지율과 비슷하다.
중도층이 보고 있을 것이다. 외연 확장은 어렵다. 강력한 반윤세력과 연대해서 사법리스크를 헤쳐 나가겠다는 게 너무 강해서 또 한 번 비례 위성 정당 때문에 곤욕을 치를 것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몇 가지 패착을 뒀다. 통합했다가 깰 때의 과정이 결정적으로 잘못됐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각인시켰다. 신뢰가 급격히 무너졌다. 또 민주당 공천 파동의 최대 피해자가 이 대표다. 중요한 시점에 뉴스에 안 나왔다. 셋째는 이 대표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덧셈정치를 해야 하는데 뺄셈정치에 익숙한 것 같다. 화성을에 출마한 것도 패착이다. 차라리 종로나 대구에 갔어야 했다.
남아 있는 변수는 무엇이 있을까.
여야 각 당의 공천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펼쳐지면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여론 추이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지난 한 달 사이에 민주당 우위의 여론이 순식간에 변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그만큼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까다롭고, 민감하며, 감성적이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2030 청년층의 표심, 투표율, 선거 막판 예기치 않은 막말 파동. 의사 파업으로 인한 의료 대란이 몰고 올 파장, 북한 변수 등 많은 변수가 남아 있다. 특히 의료대란이 장기화했을 때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어떤 계기에서 국민의힘에 악재로 폭발할 수도 있다.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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