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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정책]불필요한 이동 확 줄여 가격↓·신선도↑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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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중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서기관
전국돌며 상인·소비자 대상 설명

유통비용 줄고 농가 수취가 높아져
올해 거래액 5000억원 목표

전남 해남에서 자란 배추는 수확 후 트럭에 실린다. 꼬박 4시간을 달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도착한 배추는 5t 트럭에 실린 채 경매 순번을 기다린다. 물량이 몰리는 시기엔 2~3일 대기하기도 한다. 낙찰된 배추는 시장 중도매인을 통해 전국의 시장과 마트로 다시 보내진다. 다시 4시간을 되돌아와 해남의 시장에서 팔리기는 경우도 있다. 배추는 도매시장을 왔다 갔다 한 이동거리 만큼 늘어난 물류비 탓에 비싸지고 신선도는 떨어진다.


"불필요한 이동을 줄일 수 없을까." 지난해 11월 출범한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이 고민으로부터 시작됐다.

[Hot정책]불필요한 이동 확 줄여 가격↓·신선도↑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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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작업은 2013년 행시 56회로 공무원이 된 남현중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 서기관이 맡았다.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 사무실에서 만난 남 서기관은 "'농산물 유통과정의 디지털화'와 '도매시장의 효율화' 이 두 가지는 제가 유통정책과에 오기 전부터 농식품부의 오래된 숙제였다"며 "온라인도매시장은 생산자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적정한 가격을 형성하는 도매시장의 순기능을 유지하면서 유통과정을 단축해 농민과 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도록 거래과정을 디지털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의 핵심은 물류 이동 최소화다. 이 시장을 이용하면 농산물의 실제 이동거리를 줄여 물류비를 낮추고 선도를 높일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농산물 경매를 하긴 하지만 한국의 도매시장처럼 농산물이 도매시장으로 모이는 형태다. 한국의 온라인도매시장은 농산물을 그대로 생산지에 둔 채 온라인을 통해 거래가 먼저 이뤄진 후에 소비지로 농산물이 이동한다. 이 같은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온라인도매시장은 농식품부가 지난해 1월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을 통해 '농산물 거래 디지털 전환' 방침을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어 농산물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안 등을 통해 11월 온라인도매시장 출범을 목표로 세웠다.

출범까지 약 9개월 밖에 시간이 없었다. 남 서기관은 ▲2월 기본계획 수립 및 개설작업반 구성 운영 ▲4월 온라인 플랫폼 기본설계 보고 ▲6월 플랫폼 기본기능 구축 완료 ▲9월 플랫폼 시연회 개최 ▲11월30일 공식 출범 등 남은 기간의 시기별 주요 일정을 미리 계획해 챙겼다.


도매상인들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도 진행했다. 남 서기관은 "처음에 온라인으로 도매거래하자고 했을 때 도매상들은 처음엔 '그거 안 돼. 물건도 직접 안보고 어떻게 거래하느냐'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면서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5월 부산·경남을 시작으로 대구·경북, 대전·충청, 강원, 광주·전라, 수도권 등을 발로 뛰며 도매법인과 산지 출하주체(판매자), 중도매인, 중소형마트, 외식가공업체(구매자) 등 450여명을 직접 만나 온라인도매시장의 효과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당초 농식품부는 온라인도매시장은 기존 물리적인 도매시장을 규정하고 있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대신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설립 근거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의원안으로 발의된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에 빨간불이 켜졌다.


남 서기관은 '규제샌드박스'를 떠올렸다.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기간·장소·규모 제한)하에서 시장에 우선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제도다. 마침 최근 새로운 규제특례를 위한 상담·신청이 줄어들면서 과기정통부도 '단순히 신청된 과제를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한 사업모델을 민간과 공동으로 기획하자'는 발전방안을 발표한 상황이었다. 남 서기관은 온라인도매시장 운영 주체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특례적용을 신청해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온라인도매시장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실제 거래 분석 결과 농가 수취가는 4.3% 상승한 반면 출하·도매 단계 비용은 9.9% 낮아졌다. 남은 것은 활성화다. 출범 이후 거래액(거래건수)은 지난해 12월 42억원(546건), 1월 65억원(1118건), 2월 85억원(1387건)으로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다만 올해 거래액 목표는 5000억원인데 올해 누적 거래액은 현재까지 182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농식품부는 거래 품목과 참여자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이달까지 산지 농산물유통센터(APC) 460개소 전부를 참여를 독려하고 하반기 중 소고기와 콩 등으로 취급 품목을 확대하는 한편 스테비아토마토 등의 가공식품 거래도 추진한다.


남 서기관은 "온라인 도매시장은 농산물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론 온라인 도매시장이 거래를, 기존 오프라인은 물류를 책임지는 공간으로 상생하며 유통 효율성을 높이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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