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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켜진 내수]경제학자 5인의 제언…소비 살리려면 중산층·취약계층 챙기고 '구조개혁'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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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카드 사용에 대한 20% 추가공제, 노후 차 교체 개별소비세 70% 인하, 숙박쿠폰 45만장 배포 등.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수 진작을 위해 내놓은 수많은 대책 중에서도 ‘킬러 대책’에 속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것만으로는 내수 활성화에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제 살 깎기’ 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중산층 세 부담을 낮추고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를 더 확대해 소득을 보전해주는 한편 집에서 쉬는 청년들의 취업역량을 높여야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11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5명의 경제학자는 이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놓은 정부의 소비 진작책이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위축된 소비를 살리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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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보조금 뿌리기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정책방향의)소비 효과는 ‘글쎄’다. 자동차를 팔려고 했던 사람은 시기를 저울질하다 사겠지만, 아예 살 마음이 없던 사람이 그걸 좀 깎아준다고 해서 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신용카드 세액공제 혜택 역시 세액공제 혜택을 더 받으려고 소비하는 사람은 없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세금을 깎아주거나 보조금을 준다고 해서 소비를 늘리지 않는다"면서 "보조금을 준다는 것은 결국 세금을 걷어서 주는 것이기 때문에 수당을 준다든지 여행상품권을 주는 것은 제 살 깎기"라고 말했다.


내수 진작과 물가 안정이 양립할 수 없는 과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정책은 서로 상충하는 내수 진작책과 물가 안정책을 동시에 내놨다"며 "물가를 통제해야 할 시기에 내수 진작책을 쓰게 되면 고물가 장기화로 침체가 오히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소비 진작책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철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 심리가 위축됐을 때는 경제 주체들이 소비를 적절히 해도 될 것을 엄청나게 통제하다가 소비가 굉장히 위축돼서 경제의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며 "소비 위축 심리가 경제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거래 비용을 없애주고 세금 측면이나 공급, 물량 조절을 통해서 시장에 좀 더 물가가 안정될 수 있는 그런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경제학자들은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통신비나 교통비, 임대료 등 사람들의 삶에서 돈이 뭉텅 나가는 것들을 좀 잡아줘야 한다"며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결국에는 소득 보전이 필요한데, 물가가 많이 오른 것에 대응해 예를 들면 아동수당 등을 더 주는 식으로 복지 확대로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양 교수는 소비의 허리인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좀 더 구체적으로 ‘중산층을 위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며 "중산층의 세부담을 과감하게 완화시켜 줘서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켜 주고 각종 부담금도 과감하게 낮춰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점포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1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점포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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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교수는 가장 활발하게 소비할 시기인 청년층에서 니트(NEET·일할 의지 없는 청년 무직자)족이 늘고 있는 데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니트족 증가가 심각한 사회문제화 되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취업 역량을 끌어올리는 정책들이 시의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반기에는 물가 통제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집중 배치하고, 하반기에는 물가 하향에 따른 불필요한 경기 침체를 막아내는 정책을 중점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취약계층’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했다. 그는 "경제난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취약계층들이 겪는 상대적인 고통이나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정부가 취약계층 가계가 어려운지를 좀 더 면밀히 살피고 그런 데이터들을 가지고 복지로 접근하든 금융으로 접근하든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좀 더 촘촘하게 잘 이런 걸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취약계층 지원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원천적으로 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당장에 통화정책 전환은 어렵다"며 "결국 정부의 정책 방향은 소비 활성화보다는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저소득층·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정책에 더 초점을 맞춰 전기료 감면이나 공공요금 동결 등 저소득층,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고물가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저소비를 방치할 경우 경제가 악순환 고리에 빠지면서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 같은 장기 침체로 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조금을 줘 소비를 늘리는 등의 단기적 방식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성장 구조 구축, 개방적 이민정책 마련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교수는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면 저성장의 늪에 빠진다"며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펼칠 게 아니라 역동성 있는 경제를 만들어 삼성, 현대 같은 기업이 하나 더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일본과 달리 장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방적 이민정책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생산절벽을 해소하고) 규제를 풀어 첨단산업을 키워내는 등 적절한 정책 운용으로 장기침체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우리는 대외의존도가 일본보다 더 높은 만큼 이런 정책 전환만 달성된다면 일본 경제처럼 (장기침체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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