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철근만 들여다 본 반쪽짜리 점검"
정부가 무량판 구조 지하 주차장에서 '철근(전단보강근) 누락'을 확인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공아파트 15개 단지를 공개하면서 해당 단지 입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LH는 보완공사 범위가 넓지 않아 최근 조처를 완료한 3개 단지를 제외한 6개 단지에 대해서는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9월 말까지 보강공사를 하고 공사가 진행 중인 나머지 6개 단지는 입주 전까지 보강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보강공사만으로는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려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번 정부 조사가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지하 주차장에 한정된 데다, 기둥에 들어간 철근만 들여다봤기 때문에 반쪽짜리 점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붕괴의 원인이 기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슬래브도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둥에 들어가는 철근은 양도 적은데다, 얇고 길지도 않아 철근 누락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작다”며 “철근 누락이 이뤄졌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려면 슬래브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시공사나 하청업체 등이 철근을 줄일 때 기둥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워낙 들어가는 양이 적은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만약 공사비 절감을 위해 철근 개수를 줄인다면, 보통 사고의 위험성이 거의 없는 슬래브에 들어가는 굵고 긴 철근 1~2개를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은 숫자로 보이지만, 한 단지를 건설할 때 슬래브가 수천개에 달하는 만큼 빠지는 철근 수도 엄청나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철근 누락이 붕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작업하다 보면 설계와는 달리 공간적 여유가 없어 종종 슬래브 철근이 빠지는데, 그동안 이렇다 할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아파트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철근 누락에 대한 우려는 철근값이 오르기 시작하던 2년여 전부터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설마 하던 것이 이번 LH 발주 공공아파트 15단지에서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그 때문에 일부 단지의 아파트 주민들은 지하 주차장뿐 아니라 단지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입주가 진행 중인 수서 역세권A-3BL블럭의 한 입주자는 "지하 주차장을 지은 건설사가 아파트 건설도 진행을 했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냐"며 "아파트도 조사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아파트 전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경우, 철근 누락 사태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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