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서도 130권 "최근까지 번역 매달려"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 씨가 1일 별세했다. 향년 82세의 나이였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암으로 투병하던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고인은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64년부터 영어 신문 '코리아 헤럴드'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가 군에 입대했다. 백마부대 소속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코리아 타임스'에 '베트남 삽화'(Viet Vignette)를 연재하면서 베트남과 미국 신문, 잡지에도 기고했다.

2011년의 안정효 작가.[사진=연합뉴스]

2011년의 안정효 작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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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베트남전 경험을 바탕으로 1985년 계간 '실천 문학'에 '전쟁과 도시'(하얀 전쟁)를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은마는 오지 않는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미늘' 등 24권의 소설과 다양한 수필을 남겼다.

고인의 대표작은 '하얀 전쟁'이다. 이 작품은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전후에 겪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다룬 소설이다. 작가 자신이 영어로 직접 다시 써 미국에서 '화이트 배지'(White Badge)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1992년 이 소설은 정지영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됐다. 안성기·이경영·독고영재·허준호가 출연해 흥행하고,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고인의 작품은 '하얀 전쟁' 외에도 '은마는 오지 않는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이 영화화됐다.

소설 집필과 함께 고인의 생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다른 축은 번역이었다.


고인은 번역가로도 왕성히 활동하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을 '문학사상'에 번역 연재한 뒤로 지금까지 약 130권에 달하는 번역서를 펴냈다.


1982년 존 업다이크의 '토끼는 부자다'로 1회 한국 번역 문학상을 받았고, 1999∼2002년엔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문학 번역을 가르쳤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번역에 매달리며 지난 4월 영국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베트남 전쟁을 다룬 장편소설 '조용한 미국인'을 번역 출간하는 등 암 투병 중에도 왕성한 의욕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평소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열성적으로 일하다 뒤늦게 암을 발견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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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은 부인 박광자 여사(충남대 명예교수)와 딸 미란, 소근 씨가 있다. 빈소는 은평 성모 장례식장 8호실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3일 오전 5시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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