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핵심임원 20~30명이 내부통제 책임 나눠진다
금융위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 발표
금융사 CEO가 '책무구조도' 만들어야
은행 임원 20~30명 대상, 담당 직책별로 책무 배분
업무분야별로 내부통제 책임
어기면 금융위가 신분 제재
지난해 터졌던 우리은행 700억원 횡령 사건, 2019년 벌어졌던 은행들의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사태. 이런 금융사 내부 사건·사고를 막기 위해 앞으로 금융지주와 시중은행들은 '책무구조도'를 만들어야 한다. 은행 경영진마다 내부통제 책임 영역을 사전에 정해놓는 게 핵심이다. 경영진이 실제 업무 수행 권한을 하급자에게 위임하는 경우에도 위임된 업무에 대한 통제와 관리 책임은 여전히 본인 부담이다.
22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권한은 위임할 수 있지만, 책임은 위임하지 못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각 경영진이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소속 직원의 업무 활동을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임원들에게 책무 중복 없이 배분하는 것이 중요
책무구조도란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쓰는 문서다. 지배구조법상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데 CEO(최고경영자), CRO(최고위기관리자), CCO(최고고객책임자) 등의 직책이 해당한다. 대형은행 기준으로 20~30명의 임원에게 책무가 배정될 예정이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회사 내 모든 주요 책무를 적용 대상 임원들에게 '중복없이, 빈틈없이 배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각자 책임 영역을 명확하게 정해놓아야 한다"고 했다.
이사회 의장도 '감시 의무'로 책임 영역을 정해 책무구조도에 명시되는 임원으로 포함된다. 다만 사외이사의 제약된 정보접근성을 감안해 이사회 의장이 아닌 사외이사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책무구조도에 표시될 책무의 영역은 '경영관리·위험관리·영업부문'으로 구분될 예정이다. 이 안에서 금융회사의 법령준수, 건전경영, 소비자보호 영역이 다뤄진다.
책무구조도가 새로 도입되면서 해당 임원의 책임이 명확해지기 때문에 금융사는 그 임원의 전문성, 업무 경험, 정직성, 신뢰성 같은 자격도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금융사는 임원을 새로 뽑을 때뿐만 아니라 기존 임원이 책무구조도상 직책이 바뀔 때도 자격 충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 국장은 "임원 자격의 적정성은 은행 스스로 판단하도록 했다"며 "다만 결격 사유가 있는데도 해당 임원을 임명하면 은행에 내부통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CEO는 조직적·반복적 문제에 책임
책무구조도는 CEO가 만든다. CEO는 책무의 중복·공백·누락 같이 작성이 미흡하다거나 실제 권한 행사와 책무구조도상 임원이 불일치하게 작성하면 책임을 져야한다. 책무구조도는 이사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이 국장은 "작성된 책무구조도는 처음 작성할 때, 인사로 직책 담당 임원이 변경되거나 영위 업무 변호로 책무가 신설 혹은 폐지될 때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며 "당국은 필요할 때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CEO도 명시된 책무에만 책임을 지게 된다. 이 국장은 "금융당국도 CEO에게 과도한 책임이 쏠리는 것도 옳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회사 내에서 조직적이고 장기간 반복적으로 광범위한 문제가 생기면 CEO가 시스템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역할도 생긴다. 내부통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내부통제 관리 업무를 점검하고, 미흡한 사항에 대해선 개선 요구를 하는 게 역할이다.
지키지 않으면 금융당국이 해당 임원 제재
만약 내부통제 관리 조치가 실행되지 않거나 불충분하게 실행돼 관리 의무를 위반하면 그 임원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신분 제재를 부과한다. 등기임원일 경우 '면직·정직·감봉·견책·주의'가 내려진다. 등기임원이 아닌 경우엔 '해임 요구·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가 해당한다.
이 국장은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도 '상당한 주의'를 다해 내부통제 관리 조치를 한다면 책임이 경감된다"며 "'상당한 주의'는 사전적으로 객관적으로 예측 가능한 정도의 관리 조치를 했는지 여부로 판단한다"고 했다. 예산·인력·시간의 투입 수준, 내부통제에 대한 정기적 감사, 외부평가 실시 등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임원에 내부통제 책임을 묻는 상황을 미리 정한 다음 공개하기로 했다. 즉 사고 발생 시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을 다룰지 결정하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 국장은 "임원의 위법행위 방치·조장, 지시 여부와 과거 유사 사건 발생 여부, 피해 규모, 금융시장 파급 정도 같은 요소들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 수준 이하의 내부통제 실패에 대해선 내부자체 조사와 징계를 통해 조치하면 된다.
지배구조법 개정하고 1년 후 은행·금융지주부터 시행
책무구조도 도입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국장은 "공청회를 거쳐 업계 의견수렴을 한 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는 게 먼저"라며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1년 동안 준비기간을 주고 은행과 금융지주가 가장 먼저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법안 공포 후 1년 이후에는 은행과 금융지주에, 공포 후 1년 6개월 이후에는 대형금융투자회사·종합금융투자회사·대형보험회사에, 5년 이내 범위에서 중소형 금융회사에 적용된다.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협회장들과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 간담회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금융회사 각자의 특성과 경영 여건 변화에 맞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스스로 마련하되, 내부통제와 관련된 임원 개개인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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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 책무구조도 작성, 관리의무 이행 모범사례를 발굴하고 확산시키겠다"며 "검사 및 제재 예측가능성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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