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보증 ABCP 장기 대출로 전환?…PF 부실 대책 실효성 의문
대출 보증이 대출로 바뀌는 탓에 증권사 부담 가중
여력 적은 중소형 증권사는 받아들이기 어려워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리스크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 PF 연체율이 높아지자 PF를 많이 취급한 증권사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장기 대출로 전환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실효성 논란이 고개를 든다. 사실상 여력이 없는 증권사가 많을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압박 탓에 대출로 전환한다고 해도 자체적으로 위험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위험 전이' 현상만 초래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위 "ABCP 장기 대출로 전환하면 차환 문제 해결"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PF 관련 증권사가 보증을 선 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유도하고 있다. 부동산 내 PF 시장에서는 ABCP, PF-ABS(자산유동화증권), 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를 비롯한 유동화 증권이 주요 자금줄이 되고 있다. 2010년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가운데 유동화 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7%였는데, 지난해 3분기에는 약 28%로 증가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동화 증권의 차환이 어려워지고, 금리가 치솟자 금융당국은 유동화 증권 매입을 통해 차환이 이뤄지도록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부실 위험 확산을 막기 위해 ABCP 발행을 줄이는 대신 이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사업장의 대출 만기는 대개 1~3년이지만, 여기에 자금을 공급하는 ABCP는 1~3개월마다 계속 차환해야 해서 만기 불일치가 생기고 있다. 이 때문에 단기 금융시장이 경색되면 대량의 ABCP 차환을 위해 단기 시장 금리가 크게 오르고 차환이 실패해 증권사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는 증권사가 지급보증한 PF-ABCP 등 유동화 증권을 기초자산과 만기가 일치하는 대출로 전환하면 이 대출에 적용되는 순자본비율(이하 NCR) 위험값(100%)을 ABCP에 준하는 32%로 완화해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를 통해 20조원이 넘는 유동화 증권 중 약 4조9000억원이 연내 대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 시장에 돈이 잘 흐르게 된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보증 PF-ABCP 규모는 약 22조원, 증권사의 PF 대출은 5조원 규모다.
1~3개월마다 반복되는 PF 사업장의 조달 리스크를 줄이겠단 게 금융당국의 의도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동산 PF-ABCP는 만기가 짧아 누군가 물량을 받아주더라도 공사 기간 차환 이슈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ABCP를 장기 대출로 바꾸면 나중에 분양대금이 들어올 때까지 차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증권사만 참여 가능…"효과 크지 않을 듯"
다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만기가 비교적 짧은 유동화 증권 발행으로 부동산 PF 사업장 익스포저에 대한 리스크를 일정 부분 상쇄해왔다"면서 "증권사들이 유동화 증권의 발행 대신 부동산 사업의 만기에 맞춘 3년 대출 형식의 출자에 나서게 되면 PF 사업장의 리스크에 기민한 대응은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ABCP를 대출로 전환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출 전환을 할 수 있는 증권사는 여력이 되는 일부 증권사에 국한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유동성이 풍부한 일부 증권사는 대출 전환에 나설 수 있겠지만 이 역시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ABCP는 직접 돈을 빌려준 게 아닌 채무 보증이지만, 대출로 전환하면 실제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바뀌어 증권사 입장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금융당국의 압박을 견딜 수 있는 증권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형 증권사는 장기 대출을 해주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여력이 되지 않는 중소형 증권사도 꽤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대체로 위험한 PF 사업장의 자금 공급을 역할을 했기 때문에 대출로 전환하면 위험은 증권사로 전이될 것"이라며 "대출 전환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국의 장기 대출 전환 유도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PF 시장 자금 흐름 바뀌나
나아가 업계는 금융당국이 이번 대출 전환을 계기로 부동산 PF 시장의 자금 흐름을 바꾸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여부 또는 리스크 관리와 상관없이 정책에 따라야 하는 곳이 늘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금융위는 유동화 증권의 만기가 사업 기간에 비해 짧아 중간에 차환에 실패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때마다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시킨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는 브리지론(단기 대출), 본 PF 등의 자금 조달을 주선하며 수수료를 챙긴다. 최근 몇년간 증권사가 PF에 직접 대출해주거나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 지원에 나선 사례가 대폭 늘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PF 대출을 깐깐하게 관리하면서 시행사들이 증권사를 대안으로 찾은 결과다.
다만 분양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금리 상승 국면을 맞자 연체율이 치솟아 부동산 PF가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잠재적 불씨가 되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 중 증권사의 연체율이 가장 높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10.4%로 1년 만에 6.7%포인트 증가했다. 2020년 말과 2021년 말 기준 연체율이 3.4%와 3.7%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체율이 급증한 셈이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 잔액은 2020년 말 1757억원, 2021년 말 1690억원, 지난해 9월 말 3638억원, 지난해 말 4657억원으로 급속히 늘었다. 지난해 12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14.8%로 지난해 9월 말 10.9%보다 3.9%포인트 늘어 위험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의 신속한 대손상각도 추진한다. 현재 증권 업계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 중 이미 증권사가 '추정손실'로 분류한 자산은 이른 시일 내에 금감원에 상각 신청을 해서 대손상각 처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상각 승인을 위해서는 분기 말 1개월 전까지 금감원에 상각 신청을 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이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매 분기 독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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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가동했던 1조8000억원 규모의 증권사 보증 PF-ABCP 매입 프로그램은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지만 내년 2월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ABCP 매입 신청은 올해 말까지 할 수 있다. 9개 대형 증권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와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하는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은 일정 등급 이상의 ABCP에 대해 증권사가 차환 매입을 요청하면 이를 선별해서 매입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상환은 다 완료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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