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멀티 페르소나’시대…무엇을 할 것인가
구인구직 정보사이트인 ‘사람인’이 2021년 직장인 12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부캐 갖고 싶다’란 응답이 73.5% 나왔다. 가장 갖고 싶은 부캐로는 직무 외 세컨드잡 능력자가 46.6%, 쇼핑몰과 카페 창업자가 17.2%, 유튜브 등 인플루언서가 15.3%, 음악이나 글쓰기 등 창작자가 14.4%, 프로운동러가 8.9%였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부각된 부캐는 온라인 게임에서 본래 캐릭터(본캐)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던 말이다. 게임을 더 풍요롭게 즐기려는 수요에서 시작됐다. 유명 연예인들이 개그맨 혹은 가수라는 본업 활동이 아니라 프로젝트성 부업 활동을 하면서 ‘부캐’는 대중화됐다. ‘놀면 뭐하니’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 ‘유산슬’이라는 부캐를 만들어 큰 인기를 모았고, 연예인이 기존 이미지 외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듯 두번째 정체성을 만들기 시작했다. 취향이 가미된 제2의 정체성, 혹은 부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이전까지 시니어 세대의 부캐는 취향이나 역량이 담긴 활동보다는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축적된 자산을 활용해 ‘부업’ 혹은 ‘은퇴 후 수입이 들어오는 활동’에 가까웠다.
특별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만 같던 ‘부업’이나 ‘부캐’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를 만나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노동 개념의 본캐인 ‘직(職)’장 생활 위주의 삶에서 ‘업(業)’, 역량이 중심이 되는 프리랜서로 근로 형태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니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지난 주말에 50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만났다. 지난 경력을 브랜드로 만들고 있다는 소개글에 궁금증이 생겨 찾아갔다. 그는 16년 간 글로벌 기업에서 다양한 세일즈 업무를 경험한 후 평생의 ‘업(業)’을 준비하기 위해 작지만 역동적인 기업을 거쳤다고 한다. 퇴직한 후 6개월간 대리운전을 하면서 본인이 해온 일이 무엇인지 전부 적어보았다고 한다. 아주 사소한 일까지 말이다. 그리고 특화할 만한 부분과 요즘 트렌드를 맞춰서 자신만의 ‘매력’을 추출해냈단다. 이후 콘텐츠를 만들어 ‘무대뽀 정신’에 입각해 밀고 나갔고, 5년이 지난 지금은 예전 직장 수입만큼 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할 일이 끊임없다고 생각하며, 무척 행복하다고 한다.
또 다른 시니어는 체력적으로 고강도 업무를 할 수 없는 시기가 왔고, 이에 대해 색다른 방법을 고안해냈다. 여러 스타트업과 인사관리 부문 업무만 자문 계약을 맺고 파트타임으로 한다. 현재는 월 수입이 5곳 이상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유사한 업무를 반복적으로 하다보니 집중화가 이뤄져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서, 근로시간 대비 얻는 것도 크다고 한다. 특정 부문의 일이라서 산업을 구분하지 않아도 되고, 어떤 단계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비교적 해결도 용이하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시니어들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을 들여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 전과 후의 일처리를 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한다. 시니어가 부캐를 키운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의 현인’이라는 KT 신수정 부사장, ‘트위터의 소식통’이던 중소벤처기업부의 임정욱 실장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 현업에서도 실력 발휘를 하지만, 본업을 통해 접한 조직 관리 경험과 리더십에 대한 통찰력, 최신 도서나 IT 정보를 SNS를 통해 꾸준히 공유한다. 유용하다고 판단한 사람들로 인해 또 연결이 일어나서 이벤트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스스로 부캐를 키우는 시니어가 있다면, 그룹으로 함께 변화를 모색하는 경우도 있다. 금융권 출신인 필자는 은행 예비퇴직자들과 창직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전통적으로 은행원은 보수적이고 인프라 안에서만 일할 수 있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처우가 좋은 편이지만, 퇴직 후 관련된 일을 찾는데 어려움이 큰 대표적인 직업군이다. 그러나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업무 특성상 절차 준수에 능하고 숫자에 강하다. 유연성이 필요한 산업이나 업무에서는 답답하겠지만, 회계/세무적 측면에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업무가 있고, 그에 더해서 현장의 경험과 실무 노하우가 쌓여 있으니 주니어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재무적 응용력을 발휘하는 실행가 겸 멘토가 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다만, 이를 강점으로 활용하기 위한 특성 진단과 변화의 과정을 만드는 것은 어렵겠지만,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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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시니어들의 정체성은 평생 직장과 결을 같이해왔다. 한번 입사하면 보통 퇴직은 그 회사에서 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우리의 삶은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만나 모두가 정신없이 초고속으로 변화하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면, 시니어 세대는 부모, 자식, 조부모까지 아래와 위, 옆으로 다양한 역할을 이미 수행하고 있어서, 현재의 ‘멀티 페르소나’ 시대에 적합하다. ‘관계’에서 행하는 일들을, ‘업’으로 관점을 이동한다면 말이다. 다만,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자기 객관화’ 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효율적인 고도 성장을 위해, 획일화된 시대를 살았던 시니어 세대는 ‘해야 할 일’에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 시켜 나갈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전의 경험과 주관만을 고집하는 ‘꼰대’가 될 것인지 수용과 공감을 통해 부캐를 키워나갈 것인지는 시니어의 선택에 달렸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업’을 엮어 나갈 수 있는 길도 방법도 모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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