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의 프러포즈 문화에 대해 1면에 보도했다. 결혼 전 약 600만원을 써야 하는 프러포즈가 유행한다고 하면서 하루 숙박비 150만원이 넘는 최고급 호텔의 프러포즈 패키지, 최소 몇백만 원짜리 명품백과 시계를 교환하는 문화에 대해 알렸다.
나아가 WSJ은 인스타그램 등에 ‘호텔 프러포즈’ 게시물만 4만개가 넘는데 대부분 명품이 놓여 있다면서, 전 세계에서 1인당 명품 지출이 한국보다 많은 나라는 없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이런 사치 문화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도 방해하고 있다고 적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3, 4년쯤 전에, 나는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는 글을 쓰고 책으로도 출간한 적이 있다. 이 글의 골자는 인스타그램이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화려한 이미지가 가득하지만, 실제 현실이라고 할 수 있는 절망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도 서로가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값비싼 소비를 하는 순간만을 전시하다 보니, 어느덧 서로에 대해 끊임없이 ‘상대적 박탈감’을 만들고 느끼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박탈감은 단순히 ‘화려한 이미지’에 대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소비 서열’과 관련돼 있다. 단순히 값비싼 것을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전시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값비싼 소비를 전시할 때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싶다기보다는, 자기의 서열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더욱 짙게 작동한다. 달리 말하면 우리 사회는 단순한 소비 사회도, 전시 사회도 아닌 ‘소비서열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호텔의 똑같은 패키지와 똑같은 명품, 외제차를 자랑할 때 겉으로는 매우 아름다워 보이지만 실상은 그 사람만의 아름다움에 대한 안목이나 관점이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진짜 내 입맛에 맛있는 것보다는 비싼 오마카세, 진짜 내 눈에 아름다운 것보다는 비싼 브랜드, 진짜 내게 좋은 경험을 주는 곳보다는 비싼 호텔식 경험만이 최고라는 것은 ‘진짜 나’가 더 이상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이는 상상력에 대한 부재이기도 하다. 자기만의 상상력을 가지고 삶을 사랑할 방법과 힘을 가지지 못할 때, 우리는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 같은 쾌락을 누릴 수밖에 없다. 당장 사랑하는 사람과 어떤 대화를 하며 무슨 놀이를 하고 어떤 즐거운 경험을 만들어야 할지 전혀 모를 때, 가장 좋은 건 일단 돈을 쓰는 것이다. 돈이 주는 획일화되고 천편일률적인 쾌락에 최대한 쉽게 탑승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소비서열 문화가 비혼이나 저출산 등에 근본적이거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더 화려한 소비’에 대한 강박과 박탈감을 느끼면서 서로에게도 그다지 좋을 것 없는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이와 같은 소비서열 사회의 대안이랄 게 있다면, 각자가 그런 서열에 대한 집착과 강박에서 조금씩 물러나는 데 있을 것이다. 저마다 자기만의 취향과 기준, 관점을 가지고 삶을 사랑할 방법들을 계발할 필요가 있다. 소비서열을 과시하며 얻는 만족감은 스스로에게도 공허할 뿐만 아니라 서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개미지옥과 같은 길이기도 하다. 그보다 우리는 ‘진짜 나’의 취향과 기준을 통하여 ‘진짜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 모든 문화는 개개인의 삶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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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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