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게 자랑이냐" 조롱에 피멍드는 전세 피해자들
일부 누리꾼, 사기 피해자에 막말
"사회적 시선이 피해자 힘들게 해"
전세사기 피해를 본 세입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쏟아지는 조롱에 눈물짓고 있다. 그러나 전세사기는 피해자의 부주의 때문이 아니라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인 만큼, 국가적인 관심을 기울여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향한 조롱 게시글이 다수 공유되고 있다. "사기당한 게 뭐가 자랑이냐", "전세 계약한 건 당신들이지 않나", "그러게 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주택에) 들어간 거냐", "근저당 잡힌 매물인 걸 알고 계약한 건 세입자들 아니냐" 등 피해자를 힐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한시적인 경매 중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여야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는 이들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본인 돈 내고 들어갔다가 돈 잃은 사람들을 국가가 지원하는 게 맞는 건가"라며 "결국 그게 다 우리 세금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전세 제도는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에게 우위가 있다는 설명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소속 안상미 위원장은 전날 연합뉴스에 "'당한 사람도 잘못이 있다'는 사회적 시선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라며 "세입자도 모든 재산을 걸고 계약을 맺기 때문에 일 처리를 대충하지 않는다. '아무 문제 없다'는 중개인의 말을 믿고 계약한 것도, 재계약 시 보증금을 올리자는 요청을 받아들인 것도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소유주·임대업자·중개인 공조…임대인 '정보 약자'일 수밖에
앞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피해자들은 모두 일명 '건축왕'으로 알려진 60대 남모씨의 임차인들이었다. 남씨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 주택 수천여채를 실소유한 인물로, 세입자들에게서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남씨는 약 10년 전부터 임대사업을 벌여왔다. 그는 지인 등을 바지 임대업자로 삼아 미추홀구 주택 2700여채를 보유했다. 바지 임대업자들은 남씨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200만원가량을 받았으며, 피해자가 된 임차인들과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전세 계약을 했다.
피해자들을 속여 끌어들이는 역할은 남씨와 사실상 전속 계약을 한 부동산 5곳의 공인중개사들이 맡았다. 즉, 남씨는 지인 및 공인중개사들과 함께 10년에 걸쳐 전세사기를 기획해 온 것이다. 실소유주와 바지 임대업자, 부동산 중개인이 사실상 한 몸이 된 상황이니 세입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전형적인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한 사기인 셈이다.
정부의 전세사기 방지 대책도 임차인에게 불리한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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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2일 '전세사기 피해 근절 종합대책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전세사기 유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임차인이 위험 계약을 미리 인지·회피할 수 있게 정보 비대칭성을 개선할 것"이라며 "임대인 신용정보 및 전세사기 위험 확인, 영업 이력 공개 등 공인중개사의 의무를 강화하고 임차인에게는 악성 임대인, 체납 정보 등 계약 전 필요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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