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여진 남긴 이창용 총재 '금리 조정' 해프닝
"금리를 너무 미시적으로 조정하려 하지 말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결코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한 거시금융정책 책임자 4인 정례회의에서 이같이 발언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이례적으로 즉각 해명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은행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통화정책 효과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이 총재가 중앙은행 입장에서 쓴소리를 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해석이 나오자 이 총재가 "그런 취지의 언급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공교롭게 이복현 금감원장이 "한은과 아예 다른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이 취해졌다는 해석은 오해"라고 기자들에게 해명에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급기야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출장 중인 이 총재가 시중금리에 대한 정부 개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미시적 조정 발언'은 없던 일이 됐다.
이 총재가 취임 이후 기준금리를 연 2%포인트 끌어올리며 긴축 페달을 밟은 후 올해 기준금리가 두 번 연속 동결되면서 시장엔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 이 총재는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너무 과도하다"며 경고성 발언을 날렸다. 또 "금통위원 5인은 최종금리 3.75%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시장은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는 3.5%로 14년 만에 최고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상생금융'을 외치며 대출금리 압박을 가하면서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1년 만에 연 3%대(하단 기준)로 떨어진 상황이다. 한은과 금융당국의 행보에 괴리가 발생하면서 엇박자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총재 발언 사건은 단순 해프닝에 그쳤지만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와 적극 소통·협력하는 총재의 행보에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는 좋지 않지만 취임 이후 지나친 '폴리시믹스(정책조합)'를 내세우다보니 정부와의 화합에 매몰됐다는 비판이다. 한은 내부에서조차 "금리를 미시적으로 조정하려 하지 말라"는 발언이 실제 없었더라도 독립성을 가진 중앙은행 총재로서 충분히 언급할 수 있는 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화정책 무력화까지는 아니지만 일시적으로 통화정책 효과가 제약되는 요인이 발생하는 만큼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논의하고 때에 따라 '적절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앙은행의 존재이유이자 책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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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엔 경기를 우려한 정부의 금리인하 요구가 본격화될 수 있다. 내년 총선까지 앞둔 상황에서 금리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해 주요국의 피벗(pivot·정책 전환) 눈치싸움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한은이 얼마 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을지 벌써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물가상승세가 둔화했다고는 하나,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연간 전망치는 3%에서 다소 높아질 것이란 게 한은의 전망이다. 국제유가 재상승과 공공요금 인상 변수는 물가를 또다시 부채질할 수 있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 총재는 오는 21일 취임 1년을 맞는다. 그간 정부와 적극 소통하는 이창용식 폴리시믹스가 하반기 정부의 요구에 따라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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