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쪽짜리' 탈북민 피폭검사…"文 시절 부실조사 반복"
통일부, 5월부터 탈북민 피폭 전수검사 실시
'부실 원인' 지목된 대조군·역학조사 또 빠져
"은폐 의혹 나온 文 시절 조사 그대로 반복"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주민 수십만명에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가 다음달부터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피폭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지난 정부 시절 불거진 은폐·부실 의혹을 해소할 방안으로 제시된 대조군 설정이나 공개 논의 등 계획은 빠져 부실조사를 되풀이할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올해 2월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을 대상으로 피폭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한데 따라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협의를 거쳐 5월부터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조사는 규모가 워낙 작아 일반화가 어려웠고 제기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전면 재조사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오는 11월까지 진행되는 첫 번째 조사 대상은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탈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및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 796명 가운데 희망자 80명, 기존에 검사했던 40명 중 이상수치가 검출됐던 9명 등 89명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부는 2017~2018년 두 차례에 걸쳐 풍계리 출신 탈북민 40명을 대상으로 방사선 피폭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앞선 조사에서 일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 작업자의 피폭량을 2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가 나왔지만, 당시 정부는 '교란변수를 배제할 순 없다'는 불명확한 결론으로 피폭 우려를 일축했다. 특히 2019년 국정감사 땐 정부가 조사를 담당했던 의학원으로 하여금 검사 결과를 연구에 활용하거나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도록 한 사실이 밝혀져 은폐 의혹도 불거졌다.
이후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핵실험장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통해 주민에게 확산될 우려를 4년간 추적·조사했고, 그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지난 2월 공개했다. 물을 통한 간접 피폭은 물론 농수산물 밀수·유통으로 한국까지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일자, 통일부는 보고서 공개 사흘 만에 전수조사 방침을 발표했다.
당시 통일부는 부실조사 논란이 있던 지난 정부 시절 검사에 대해 "대조군이 없었고 표본 수가 적었던 데다 교란변수에 대한 정보 부족 등 이유로 조사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자인했다.
그러나 새롭게 마련한 전수조사 계획에서도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대조군 설정 ▲조사·활용 계획에 관한 공개논의 과정 등은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수조사의 계기가 된 보고서에서 지적한 '물을 통한 간접 피폭'을 확인하기 위한 역학조사나 심층면접 과정도 없다. 조사 인원을 늘린 점 외엔 전체적인 진행 과정이 과거와 동일한 것이다.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을 지낸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018년 검사에 참여한 여성에게 1386mGy에 달하는 수치가 검출된 것을 거론하며 "일상적인 교란변수의 영향을 적용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mGy(밀리그레이)라는 단위는 방사성 물질의 '체내 흡수선량'을 뜻하는데, 일상생활만 영위한다면 높아야 5mGy 수준의 분포를 보이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특히 "해당 여성은 위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1~3차 핵실험만 경험하고도 우려스러운 피폭 수치가 나왔다"며 "문제의 수치가 유일하게 성립 가능한 경로는 현재로선 태풍과 장마, 수맥을 통해 방사성 물질이 섞여든 물을 식수로 사용했을 가능성"이라고 진단했다. 탈북민 피폭검사에서 물을 통한 간접 확산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가장 기본이 되는 대조군 설정은 전부 생략하고, 문재인 정부 때 부실했던 조사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며 "통일부는 관련 질의에 '북한에 갈 수 없으니 식수원 조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는데, 그러니 전문가와 공청회를 통해 지하수를 식수로 썼는지 등 타당한 역학조사 방법을 찾도록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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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당국자는 "검사 결과의 활용계획이나 대조군 설정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탈북민의 방사능 영향 및 건강상태 확인을 위해 일반 건강검진과 병행해 실시할 계획"이라며 "결과상 문제가 있을 경우 치료비용 지원 여부에 대해서도 결과에 따라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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