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Dim영역

[하루천자]논어로 여는 아침<2>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하루천자]논어로 여는 아침<2>
AD
원본보기 아이콘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하루만보 하루천자' 뉴스레터 독자를 위해 매일 천자 필사 콘텐츠를 제공한다. 필사 콘텐츠는 일별, 월별로 테마에 맞춰 동서양 고전, 한국문학, 명칼럼, 명연설 등에서 엄선해 전달된다. 오늘은 김훈종 SBS 라디오PD가 고전을 풀어 쓴 <논어로 여는 아침> 중 <행복으로 다가가는 비결>을 소개한다. 글자수 992자.
[하루천자]논어로 여는 아침<2> 원본보기 아이콘

충남 서산에 가면 개심사(開心寺)라는 절이 있다. 사찰의 이름 그대로 그곳에 가면 마음이 열리고 편안해진다. 대체 왜 그럴까 둘러보니, 절집을 지은 기둥이며 보가 모두 구불구불하다. 반듯하게 서 있는 다른 절들의 기둥과는 달리 온통 뒤틀리고 구부러져 있다.


안토니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神)의 선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대로 구엘 공원, 성가족성당, 까사 밀라 등 세계적인 건축물을 설계하며 곡선을 활용했다. 개심사의 주지와 목수는 가우디와 같은 미적 감각을 지닌 인물들이었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루천자]논어로 여는 아침<2>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내 추측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나무는 대체로 휘어져 자란다. 캐나다 로키에서 볼 수 있는 침엽수림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어 있지 않다. 하여 늘씬하게 뻗은 기둥이나 보를 얻기 위해서 그보다 훨씬 큰 나무를 베어 다듬어야 한다. 큰 나무를 얻으려면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는 게 당연한 이치다. 곧게 뻗은 기둥을 얻고자 하면 심산유곡으로 찾아가야 하고 당연히 그곳으로부터 그 무거운 나무를 실어 날라야 하니, 사람의 힘으로는 부치고 응당 수레에 실어야 한다.

그런데 평지의 길과는 달리 산중에서 소나 말이 끄는 수레로 나무를 나르려면 산중턱에 자리 잡은 작은 나무를 베어내고 길을 터야 가능하다. 한마디로 곧은 기둥과 보를 이용하려면, 목수의 수고로움이 몇 갑절 더해지는 것은 물론이요, 이유도 없이 작은 나무의 생명이 스러져갈 수밖에 없다.


개심사의 주지(住持)가 이 점에 주목한 것은 아닐까. 일주문부터 시작해 범종각, 대웅전에 이르기까지 절집의 모든 기둥과 보는 올곧아야 한다는 '소유'의 관점에서 벗어나 철저히 '무소유'를 실천한 것은 아닐까. 만약 이 추측이 옳다고 가정한다면, 기둥과 보가 곧아야 신도들의 경외감을 일으키고 사찰의 권위가 설 것이라는 소유의 관점을 과감히 버린 셈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법정은 개심사를 방문한 적이 있을까. 만약 개심사를 둘러봤다면, 분명 건축물에 깃든 무소유 정신에 감복했을 것이다.

-김훈종, <논어로 여는 아침>, 한빛비즈, 1만6800원

[하루천자]논어로 여는 아침<2> 원본보기 아이콘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AD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나 저격왕 유튜버야, 식당 망하고 싶나" 행패男 구속 "10만 돌파 감사해요"…꽃다발 든 조민, 감사 인사 "하마터면 초대형사고 날 뻔"…담배 물고 주유한 20대女

    #국내이슈

  • 한그릇 6만원 '바다 바퀴벌레' 대만 라멘…없어서 못 팔아 "호그와트 교복 한벌에 2억"…스타워즈, 해리포터 등 소품 내달 경매행 바이든도 애도한 '록의 여왕'의 별세

    #해외이슈

  • [포토]형형색색 연등 걸린 조계사 '찡그린 표정으로 응시'…구속 피한 유아인, 시민이 던진 커피는 못 피했다 美 가려던 수상한 중국인…'세계2위 파워' 한국 여권 내밀었다

    #포토PICK

  • [타볼레오]외모에 안정성까지 풀체인지…새까만 과거는 잊어라 폭스바겐, 투아렉 부분변경 모델 공개 "E클래스 비켜" BMW, 5시리즈 완전변경 모델 공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美 합참의장 지명된 '찰스 브라운' [뉴스속 용어]국가배상때 군복무 기간 포함 '일실이익' [뉴스속 용어]美 억만장자의 회춘 위한 '프로젝트 블루프린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한눈에 보는 뉴스&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