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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올해 킹달러 재현 없을 것...美 금리인하는 내년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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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준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
"내외금리차 커져도 자본유출 제한적"

[이슈인터뷰]"올해 킹달러 재현 없을 것...美 금리인하는 내년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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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의 킹달러·갓달러 상황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중국 여건이 개선됐고, 신흥국에 대한 전망이 나아진 만큼 원·달러 환율의 일시적인 되돌림은 불가피하겠지만, 달러 독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양석준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한은 소공별관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발 긴축 공포가 되살아나면서 급등했던 환율은 최근 중국 경기 호전 기대감 등으로 위안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다소 진정세를 찾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미 Fed 고위 인사들의 매파적인 발언이 이어지면서 강달러 불씨가 여전한 상황이다. 양 원장은 "유럽의 에너지 공급에 대한 위기의식이 나아졌고, 유럽중앙은행(ECB)도 Fed 만큼이나 긴축적인 경로를 밟고 있다"면서 "미국 이외 다른 나라 정책이 동조하게 되면 미 달러만 강세로 가는 게 한계가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보면 달러 강세는 꺾였다"고 밝혔다.

양석준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소공별관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양석준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소공별관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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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환시장에서 환율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가 한국의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상황에서 미국의 최종금리에 대한 눈높이가 올라가자 일각에서는 한·미 간 금리격차가 최대 2%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역대 한·미 간 최대 금리 차이가 1.5%포인트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보다 내외금리차가 더 벌어질 경우 외국인 자본이 이탈하고 가까스로 진정됐던 환율이 재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 원장은 "금리격차 요인이 환율의 큰 변수로 작용하려면 미국이든 우리든 한쪽 시장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면서 "한은이 2월 금통위에서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놨고, 우리 경제가 향후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반도체 경기 등 자본 유입 흐름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한미 금리차에 대해 기계적·산술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양 원장은 최근 발표된 미국의 탄탄한 경제지표가 미국 Fed 입장에서는 새로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변곡점이 돼줄 것이라 판단했다.

-최근 미 Fed의 긴축 장기화 전망에 환율이 두 달여 만에 1300원을 넘어섰다. 향후 환율 전망을 한다면.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평균적인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 지표로 볼 때 국제금융시장에서 미 달러화가 킹달러라 다시 불릴 만큼 초강세를 보일 것 같지 않다. 물론 작년 11월 인플레이션 정점 도달(peak-out) 이후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낙관론으로 빠르게 진행된 달러 약세의 일부 되돌림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Fed의 통화긴축 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나 금리변동성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지 않고, 유럽과 중국의 경제상황이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됐다. 미 경제가 여전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 역시 전쟁이나 에너지 공급에 대한 위기의식이 예전만큼 심각히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고, ECB 정책도 Fed만큼이나 긴축적인 경로를 밟고 있다. 중국도 리오프닝 효과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 올해 유망 투자처로 부상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적어도 올해 중에는 미 달러화가 한 방향으로 강세를 보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 향후 한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 유출 우려는 없을까?

▲금리격차가 확대돼 자본이 유출되려면 중간 단계로 원화약세 전망이 강하게 형성돼야 한다. 향후 환율에 금리격차 요인이 크게 작용하려면 작년과 같이 미국이 빠르게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시장이 이미 5% 넘는 Fed의 금리 인상경로를 반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금리격차 확대 변수를 더 추가하기에는 전망리스크가 크다. 또 한은이 긴축기조를 유지하며 추가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에서 금리 격차가 자본유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미국의 고용·물가·소비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긴축 공포가 이어지고 있다. 미 금리인하 시점은 언제가 될까.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를 보면 Fed가 긴축의 끈을 느슨하게 하기에는 시기상조임이 분명해 보인다. 올해 내 Fed의 정책전환(pivot)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고 보며, Fed 입장에서도 향후 경제전망에 있어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했다. 더 빠르게 또는 더 오랫동안 금리를 인상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Fed가 지난해 12월 점도표에서 제시한 최종금리 5.1%보다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FOMC 기자회견과 이코노믹클럽 대담을 통해 향후 정책이 지표에 달려(data-dependency) 있다면서 앞으로의 인플레이션 하락이 순탄치 않을(bumpy) 것으로 내다봤다.

-미 경기 예측에서 소프트랜딩(연착륙)과 하드랜딩(경착륙)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최근에는 무착륙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

일단 올해 중에는 경착륙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 고용·소비지표들이 예상을 뛰어넘고 디스인플레이션이 완만해지면서 시장이 기대하는 Fed의 최종정책금리 수준이 상향조정되고 금리인하 기대시점도 내년 이후로 미뤄지고 있다. Fed는 앞으로 금리인상을 몇차례 더 한 후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경제지표들의 변화 정도를 살필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만큼 하락하지 않을 때 Fed는 이를 인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해 말 킹달러가 꺾이고 세계 경기둔화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한은은 2013년 2월 이후 금 매입을 중단했는데 이유와 앞으로 계획은.

▲얼마 전 미 달러화가 빠르게 약세를 보일 당시 금 가격이 올랐으나 단기적인 미 달러화 반등 전망을 감안할 때 금값의 추가 상승 역시 제한적일 것이다. 한은은 그동안 외환보유액의 증가와 더불어 구성통화와 상품의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다. 통화는 미 달러화 이외에 30% 내외 기타통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도 그중 일부이다. 상품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국채 이외에도 자산유동화채, 회사채 등의 채권뿐만 아니라 주식도 10% 넘게 보유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금 보유는 외환보유액의 증가 추이를 봐가며 전체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문제이지 특정 상품의 가격전망에 좌우될 사항은 아니다. 게다가 금은 가격변동성도 크고 이자나 배당이 없는 무수익자산이라는 점에서 현재로선 보유 필요성이 크지 않다.


-지난해 환율 급등 과정에서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외환보유액이 감소 추세일 때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의해 제시된 외환보유액 적정성 판단 기준이 소환돼 외환보유액 수준에 대한 논란이 단골메뉴로 재현됐다. 외환보유액은 한은과 정부가 갖고 있는 공적 외화자산으로서 민간 보유 외화자산이 크지 않던 때에 시장안정에 긴요한 변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 전체의 순대외금융자산은 외환보유액을 제외하더라도 3000억달러를 크게 초과할 정도로 많다. 기업, 각종 연기금 등뿐만 아니라 심지어 개인도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외화자산에 투자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자유변동환율제 하에서 외환보유액은 필요할 때 적절하게 사용하면 된다. 지난해 시장안정화 조치로 외환보유액이 상당 규모 감소했으나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편 정부가 한단계 도약한 외환시장 자유화와 국제화를 추진하려 하는 때에 신흥국 외환보유액에 적용하는 기준을 들이밀면서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재소환하는 일은 격에 맞지 않는다.


양석준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소공별관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양석준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소공별관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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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환보유액 운용을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올해 자산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 계획인가.

▲지난해는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외환보유액 활용이 주효했다고 본다. 그만큼 외환보유액은 필요시 적시에 사용될 수 있도록 운용돼야 한다. 최근 외환보유액이 소폭 증가하긴 했으나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기까지는 녹록지 않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미 달러화의 움직임, 거주자의 해외투자 지속 여부, 경상수지 흑자 정도 등의 여건을 고려할 때 지금은 수익성 제고를 위한 다변화보다는 안전성과 유동성 확보라는 외환보유액 운용의 기본 목표에 보다 치중해야 할 때라고 본다.


-한은이 국내 토종 자산운용사에 외자를 맡겨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실행 중이다. 앞으로 이 비율을 1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국내 민간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까지 한은으로부터 약 30억달러를 위탁받아 국제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으로 운용 중이다. 앞으로 운용사의 역량을 평가하면서 가능하면 기관수와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투자범위도 그동안 중국 주식에서 시작해 선진국 주식과 채권 등까지 확대했고 운용전략은 패시브 유형으로 운용해 왔으나 앞으로는 초과 성과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액티브 유형 등으로 전략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외화자산 위탁을 통해 국내 운용사들에게 외화자산 운용의 성과지표(track record)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제금융시장에서 외국 자산운용사와 경쟁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투자에 있어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ESG 기준을 적용한 위탁자산 운용의 구체적인 성과는.

▲한은 외자운용원은 중앙은행으로서 공적 책임성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ESG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주식과 회사채를 중심으로 위탁자산뿐만 아니라 직접운용자산에 대해서도 ESG 기준을 적용해 나감으로써 현재 이에 부합하는 자산규모는 작년 말 기준 150억달러에 육박한다. 앞으로 외부인덱스를 활용한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확대 적용해 나가고, 중기적으로는 자체적인 스크리닝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전체 자산에 대해 ESG 통합 전략을 도입해 나갈 것이다.


-2020년 6월 외자운용원장에 부임했다. 그간 성과와 함께 소회를 밝힌다면.

▲코로나19가 기성을 부리던 시기에 부임해 비상체제로 조직을 운영해야 하다 보니 본연의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비대면 회의나 콘퍼런스 활성화를 통해 저명한 이코노미스트 및 전략가들과 화상 세미나 기회를 갖고, 시장전망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기회였다. 또 국내 자산운용사들에 위탁규모를 확대해 국제경쟁력 제고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기획한 것은 나름의 성과이고, ESG 투자방향에 대한 로드맵을 그렸던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월드뱅크를 비롯해 다른 중앙은행들로부터 외자운용체제가 모범적으로 잘 갖춰진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많은 개도국이 우리 체제를 배우기 위해 방문하고, 교류를 희망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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