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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人사이드]메텔 만나러 떠났나…은하철도999 원작자 마쓰모토 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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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85세 별세…만화 역사에 큰 족적
우주에서 지구 그리려던 꿈은 끝내 못이뤄

편집자주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이름은 들어봤는데 이 사람이 누군가 싶은 인사들이 많습니다. 일본 뉴스를 담당하는 국제부 기자가 한 주 동안 화제가 됐던 일본 인사, 그리고 그에 엮인 이야기를 함께 소개합니다.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이 노래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이번 주는 1980년대 한국에서도 TV 애니메이션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은하철도999’의 원작자 마쓰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별세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마쓰모토는 지난 13일 급성 심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향년 85세입니다. 일본도 거장의 소천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이어졌고, 그의 지구 여행 연대기를 돌아보는 보도들이 나왔는데요.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에게 추억을 심어줬던 작가인 만큼, 이번 코너에서도 영원한 우주여행을 떠난 마쓰모토의 일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마쓰모토 레이지가 잡지에 실린 내용을 펼쳐보이고 있다.(사진출처=마쓰모토 레이지 공식 팬클럽 홈페이지)

마쓰모토 레이지가 잡지에 실린 내용을 펼쳐보이고 있다.(사진출처=마쓰모토 레이지 공식 팬클럽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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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난 마쓰모토는 어릴 적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여섯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아홉 살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54년 그가 그린 ‘꿀벌의 모험’이 잡지 ‘만화소년’에 뽑혀 데뷔와 함께 연재를 시작합니다.


소녀만화 잡지에서 연재를 시작했다가, 1971년부터 대표작 은하철도 999를 연재하기 시작합니다. 기계 백작에게 엄마를 잃은 철이가 메텔과 함께 복수를 꿈꾸며 우주로 향하는 여정을 담아낸 만화죠. 연재 중에 TV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지고, 극장판으로 제작될 정도로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기에 1974년 ‘우주전함 야마토’의 애니메이션 작업에도 참가해 197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마쓰모토 붐’이라고 불리는 대세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후에도 ‘우주해적 캡틴 하록’ 등 작품 활동을 계속해나갑니다.

그의 만화는 대부분 미래의 어느 시점, 그리고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의 우주사랑은 어릴 때부터 시작됐는데요. 어릴 적 일본 육군에서 조종사를 지냈던 아버지로부터 ‘남쪽의 야간비행은 별바다를 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우주를 동경하게 된 마쓰모토는 학창 시절에도 우주 관련 서적을 자주 읽었다고 합니다. 일본 천문학자 아라키 토시마가 쓴 ‘대우주 여행’을 자신의 만화 인생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친 책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생전에는 요미우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 나이면 나는 화성에 있을 줄 알았다”고 농담을 나누기도 했었습니다. 그는 우주를 계속 그리는 이유에 대해 “지구의 자연과 모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인류는 우주로 나가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은하철도999 리마스터링본의 한 장면.

은하철도999 리마스터링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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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만화는 많이 그렸지만, 그래도 은하철도 999에 대한 그의 사랑은 각별했습니다. 2018년에는 은하철도999 디자인 열차를 선보이는 자리에 참석해 "열차는 바로 인생 그 자체다. 종착역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을 남겨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은하철도999의 모티브가 마쓰모토의 실제 경험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마쓰모토는 18세 때 고향 후쿠오카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24시간에 걸쳐 도쿄로 상경합니다. 가는 기차표는 잡지사 관계자가 사줬지만, 고향으로 돌아올 기차비가 없던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때 ‘죽어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며 상경했고, 이때의 마주보는 나무 좌석, 바닥 색깔 등 작가에게 남은 생경한 기억은 은하철도999에도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그는 작가로 이름을 날린 뒤에는 미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해왔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그의 만화가 사랑받은 덕에 2012년에는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열정에 몸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마쓰모토는 2019년에 이탈리아에서 열린 우주해적 캡틴 하록 행사에 갔다가 쓰러져 현지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됩니다. 당시 일본 언론에서도 크게 보도가 됐던 사건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귀국했는데, 이후로도 건강이 계속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추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츠모토가 명예 관장을 맡고 있던 만화 박물관에서는 헌화대와 추모 공간을 설치했는데, 은하철도999 등장인물들이 그려진 기념촬영 패널을 함께 배치했습니다.


지지통신도 "마쓰모토의 마지막 소원은 우주에서 바라본 진짜 지구를 그리는 것이었다"며 "소원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계속 우주를 여행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자택에서 전화를 받는 마쓰모토 레이지의 모습. (사진출처=마쓰모토 레이지 공식 팬카페)

자택에서 전화를 받는 마쓰모토 레이지의 모습. (사진출처=마쓰모토 레이지 공식 팬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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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마쓰모토는 철이, 메텔과 함께 지금쯤 바라던 우주여행을 시작했을 것 같습니다. 마쓰모토 공식 홈페이지에 쓰인 추도사로 그의 여행을 응원하려고 합니다. 장녀인 마쓰모토 마키코씨가 발표한 것입니다.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가 별의 바다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는 멀리 시간의 고리가 닿는 곳에서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항상 말했습니다. 저희는 그 말을 믿고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동안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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