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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배우자 건보자격 인정한 法 "남은 차별도 언젠가 폐지될 것"(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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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의 원칙' 주목한 2심
1심 뒤집고 동성부부 측 승소 판결
"건보자격 평가, 이성·동성인지만 달라"

"누구나 어떠한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다."(서울고법 행정1-3부)

결혼 5년 차 동성부부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내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동성결합 상대방을 합리적 이유 없이 사실혼 배우자와 차별해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한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인정 소송을 제기한 성소수자 부부 소성욱, 김용민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인정 소송을 제기한 성소수자 부부 소성욱, 김용민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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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건보공단, 사실혼 배우자 집단과 다르게 처분…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21일 오전 서울고법 행정1-3부(부장판사 이승한 심준보 김종호)는 김용민씨(33)의 동성배우자인 소성욱씨(32)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소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에 소씨에 대해 한 보험료 부과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헌법과 민법, 판례 등에 따라 소씨 부부의 사실혼이 성립했다고 인정하긴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건보공단이 이성 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 관계인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선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해 한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행정법상 평등의 원칙에 따라) 행정청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한 모든 국민을 동등하게 처우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될 당시부터 업무지침을 통해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에 '사실혼 배우자'가 포함되는 것으로 취급해 왔다. 현재는 사실혼 배우자의 피부양자 인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 주장과 같이 두 집단의 비교기준을 가족제도 및 부양의무의 맥락에서 찾는다고 해도,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결합 상대방은 모두 법률적인 의미의 가족관계나 부양의무의 대상엔 포함되지 않는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다. 이 점에서 양자가 다르다고 할 수 없다"며 "이성인지 동성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건보공단에 대해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결합 상대방이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 이 사건 차별대우를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주장·입증을 하지 않고 있다"며 "양자를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없는 만큼, 이 사건 차별대우는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자의적 차별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추가로, 어떠한 차별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관해 간략히 덧붙이고자 한다"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성적 지향 소수자들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차별이 존재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호에서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전형적인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 유형 중 하나로 열거하는 등 사법적 관계에서조차도 성적 지향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차별은 더 설 자리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강조했다.

"성적 지향은 선택이 아닌 타고난 본성이다. 이를 근거로 성격과 감정, 지능, 능력, 행위 등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영역의 평가에서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에 따라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기존의 차별들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가고 있으며, 남아 있는 차별들도 언젠가는 폐지될 것이다.
◆2019년 결혼식 올린 부부… 2심서 승소하기까지

그간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평등의 원칙'에 주목해 변론을 진행해 왔다. 건보공단이 직장가입자의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선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직장가입자의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선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 중인 점에 주목한 것이다.


건보공단 측은 "우리나라 민법 체계와 판례들을 보면, 혼인 개념 자체는 이성 간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이들을 사실혼 관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새로운 형태의 생활 공동체가 형성된 것은 현실이지만, 이들의 보호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할 입법·정책적 문제"라고도 언급했다.


소씨를 대리한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소씨와 김씨는 결혼식을 올리고 가족 간 교류 등을 함께하며 생활하는 사이"라며 "이성혼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므로, (소씨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은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날 승소 판결을 받아든 소씨의 배우자 김씨는 "오늘 사법체계 안에서 우리의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며 "동성 부부의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모든 사람의 승리"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오늘 판결은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를 법원이 인정한 최초 사례"라며 설명했다.


앞서 소씨는 김씨는 2012년 처음 만나 이듬해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이들은 서로를 반려자로 삼아 함께 생활하기로 합의해 2017년부터 동거했다. 2019년 5월엔 양가 가족 및 친지들에게 대외적으로 알려 '결혼식'을 했다.


법적인 혼인 관계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소씨는 2020년 2월부터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됐다. 건보공단도 사실혼 관계일 경우 등록이 가능하다고 안내했었다.


하지만 이들의 사연이 보도되자 같은 해 10월 건보공단은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소씨를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전환하고 보험료를 부과했다. 이 처분에 불복한 소씨는 "부당한 보험료 청구를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2021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심은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사실혼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소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혼인'이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 그리고 우리 사회 일반적인 인식을 모두 모아 보더라도 여전히 남녀의 결합을 근본 요소로 한다"며 "동성 간 결합까지 확장해 해석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부과처분은 행정의 재량준칙으로서 평등의 원칙과 무관하다"며 "동성 간 결합과 남녀 간 결합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달리 취급하는 게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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