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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전 방불케 한 바이든 우크라行, 러시아엔 미리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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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흡사 첩보전을 방불케 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방문은 수도 키이우에서 5시간 이상 꽉 찬 일정을 소화한 뒤, 마무리됐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출발 몇시간 전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사실을 러시아측에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이날 사전 예고 없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회담하고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 대통령이 작년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12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이뤄진 양국 정상회담 이후 2개월여 만의 답방이기도 하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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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서 5시간 이상…키이우 시내 걸으며 공습경보 듣기도

이번 방문은 철통같은 보안 속에 극비리에 이뤄졌다. 최근 몇주 간 바이든 대통령이 2월24일을 전후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했으나, 백악관은 접경국인 폴란드 방문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방문 가능성엔 수차례 선을 그었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들어왔다는 소식은 현지 신문인 노보스티 돈바스를 통해 알려졌다. 이른 아침부터 키이우 도심 내 주요 거리와 중앙 도로가 공지 없이 통제됐고, 시민들 사이에선 미국측 소유로 보이는 자동차 행렬이 통제된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영상들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으로 19일 오전 4시15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비밀리에 앤드류스 공군기지를 떠났다. 이후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를 거쳐 폴란드에 들어갔다. 폴란드에서 키이우까지는 기차로 이동했으며 약 10시간이 소요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들어선 시각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8시 께.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 사선 무늬 넥타이를 착용한 바이든 대통령은 오전 8시30분께 키이우 마린스키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후, 통제된 도로를 따라 도심에 위치한 성 미카엘 대성당까지 걸어갔다. 이들이 대성당 인근에 도착했을 때 공습 사이렌이 울리기도 했다. 이어 두 정상은 인근에 있는 추모의 벽으로 가 묵념했다.


두 정상은 이후 회담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5억달러 규모의 새 군사 원조 계획을 전달했다. 포탄, 대장갑 시스템, 방공 레이더 등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장비 지원이 골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내 대러시아 추가 제재를 공개하겠다고도 확인했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변함없는 지지를 재차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오께 미국 대사관을 방문한 후 오후 1~2시께 키이우를 떠났다. 떠나기 앞서 마린스키궁 방명록에 글도 남겼다. 그는 '자유를 사랑하는 국민들과 연대와 우정을 나누기 위해 온 키이우에서 환영을 받게 돼 영광'이라고 적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당신의 용기와 리더십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면서 우크라이나어로 '슬라바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썼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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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일"...지난주에 확정, 러에는 몇시간 전 알려

바이든 대통령의 예고 없는 키이우 방문은 몇달에 걸쳐 극비리에 세심하게 계획됐고 지난 17일에서야 최종 승인됐다고 미 행정부는 확인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원 메시지를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에 확인시킨다는 것이 미국측의 목표였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출국 직후 진행된 화상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은 역사적이고 전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근대 이후 미군이 핵심 기간시설을 통제하지 않는 전쟁을 진행 중인 나라의 수도를 방문한 사례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에 있어 선명하고 오해의 여지가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방문을 위해 미 행정부는 몇달 전부터 국가안보회의, 비서실, 국방부, 정보당국의 극소수 인원으로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관련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방문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존 파이너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극소수만이 계획에 참여했으며, 대통령은 각 단계 및 발생할 수 있는 비상 상황에 대해 세심하게 보고받았다”며 “17일 안보 관련 핵심 각료들이 전화로 해당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기밀 유지를 위해 대통령과 동행하는 고위급 보좌관, 풀기자단 2명 등도 최소화했다. 동행 기자단은 앞서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비밀유지 서약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번 방문은 키이우 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엠바고(보도유예) 예정이었으나, 현지에서 차량 행렬 등이 목격되고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공개됐다. 백악관은 전날 오후에 보낸 일정 보도 참고자료에서도 20일 오후 7시에 바이든 대통령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폴란드로 출발할 것이라고 공지하는 등 보안에 힘을 기울였었다.


다만 미국은 러시아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이날 출발 몇시간 전 러시아측에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사전 공지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분쟁해소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수도를 방문한다’는 계획을 통보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그는 소통의 민감성을 이유로 러시아의 반응은 공개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서 구체적인 이동 수단 등에 대해서도 안전을 이유로 추후 별도로 밝히겠다는 입장만 내놓았다.


러시아 관영매체들과 정치인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깜짝 방문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국영 RIA 노보스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러시아를 상대로 서방이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나팔수’로 통하는 언론인 세르게이 마르단 역시 텔레그램을 통해 이번 방문은 "러시아 입장에서 노골적인 굴욕"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를 화나게 하기 위한 고의적 행동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러시아 두마(연방의회 하원) 의원 미하일 세레메트는 "이것은 도발"이라며 "다른 뜻으로 볼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크림반도 출신의 세르게이 체코프 상원의원은 "서방은 무력 충돌이 계속 이어지도록 우크라이나에 약간의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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