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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경영권 전쟁]‘하이브 vs 카카오’ 백기사들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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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스틱인베스트먼트·넷마블·두나무 등 하이브 우군
카카오엔터테인먼트·H&Q코리아 등은 카카오 진영 분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 전쟁이 불을 뿜으면서 하이브-이수만, 카카오-에스엠(현 경영진) 두 진영의 지분 다툼을 막후에서 지원할 ‘우군’의 면면도 시선을 끈다. 그중에서도 카카오의 경쟁사이자 하이브와 사업적으로 얽혀 있는 네이버의 의중과 역할에 관심이 크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K-팝 플랫폼 산업 측면에서 보면 이번 경영권 분쟁이 네이버(하이브)와 카카오(에스엠 현 경영진)의 대리전으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K-팝 플랫폼 선점한 네이버, 카카오 진입 막아야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하이브 카카오 의 지분 경쟁이 과열되면 네이버가 하이브의 우군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K-팝 콘텐츠와 플랫폼 산업의 확장성 때문이다. 네이버는 일찌감치 하이브-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K-팝 스타와 팬이 만나는 온라인 공간인 ‘위버스’에 투자해 독보적인 K-팝 플랫폼으로 키웠다. 2021년 라이브 동영상 서비스에 강점을 가진 네이버와 K-팝 콘텐츠 공급자인 하이브가 손을 잡았다. 온라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네이버의 브이라이브와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를 통합한 것이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위버스에 4118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49%를 확보했다. 거대한 팬덤이 위력적인 K-팝 콘텐츠와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평가한 것이다. 특히 하이브와 네이버가 공동 투자한 위버스 플랫폼에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K-팝 콘텐츠까지 들어오면서 팬 커뮤니티로서는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온라인 공간이 탄생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BTS의 멤버가 생일날 위버스에 접속해서 팬들을 위한 라이브 방송을 하면 세계 수천만명의 팬이 동시에 해당 플랫폼에 접속한다. 수많은 이용자를 단숨에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K-팝 플랫폼 산업 구도에서 카카오가 에스엠을 차지하면 결국 파이를 나눠야 하는 형국이라 네이버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K-팝 산업이 발전할수록 K-팝 콘텐츠를 팬들에게 제공하는 플랫폼 산업도 덩달아 커지는 구조다. 지금까지 K-팝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주도해온 네이버로선 하이브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네이버 입장에선 하이브가 에스엠을 인수하면 에스엠 콘텐츠를 먼저 공급받을 수 있고, 경쟁사인 카카오가 에스엠의 K-팝 콘텐츠를 독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반대로 카카오 입장에서는 에스엠을 인수하면 기존 웹툰, 드라마, 인터넷TV(카카오TV), 음원서비스(멜론)뿐만 아니라 K-팝 콘텐츠까지 거머쥐게 된다. 인기 있고 다양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카카오라는 플랫폼에 실어서 세계 각국의 사용자를 유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픽=이진경, 임희진]

[그래픽=이진경, 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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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상장으로 ‘잭팟’ 스틱인베스트먼트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스틱인베스트먼트도 하이브의 우군으로 분류된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14.8%) 인수자금(4228억원)과 공개매수 예정인 에스엠 지분 25% 대금(7142억원)까지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야 한다. 게다가 카카오와 지분 경쟁을 벌이게 된다면 이를 뒷받침할 백기사가 필요하다. 자본시장에서 하이브의 강력한 우군은 사모펀드(PEF)다. 하이브 성장 초기부터 투자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막대한 차익을 거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하이브의 강력한 우군으로 꼽힌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하이브의 상장으로 투자금의 9.25배에 이르는 9611억원을 회수했다. 내부수익률(IRR)은 137.91%에 달했다. 채진호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17년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을 처음 만난 후 지금까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하이브는 에스엠 의 이사진을 재편하면서 기타 비상무이사로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추천했다. 에스엠 현 경영진이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를 기타 비상무이사로 추천한 것과 대비되면서 VIG파트너스는 하이브 측 우군으로 떠올랐다. 이뿐만 아니다. 하이브 측 백기사 후보로 주요 주주인 넷마블과 두나무 등도 거론된다. 지난해 10월 에스엠의 지분 4.2% 사들인 컴투스도 친(親) 하이브-이수만 연합 지분으로 언급된다.


기존 주주 달래기용 M&A 절실한 카카오엔터

카카오의 최대 우군은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다.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카카오 못지 않게 기업가치 증대가 절박한 상황이다. 2년 전 래디시(웹소설)와 타파스(웹툰)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린 후 상장을 준비했지만 시장 상황 악화로 미루자 기업가치가 하락했다. 어떻게든 빨리 몸집을 키워 기존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워야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지난 7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의 방식으로 에스엠 지분 9.05%(약 2100억원)를 취득하는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이때 카카오와 에스엠은 계약상 지위와 권리, 의무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양도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자금력은 탄탄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로부터 1조2000억원을 조달했다. 유치한 자금의 1차 투자금 8900억원이 24일 들어온다. 나머지는 7월 20일에 납입 예정이다. 투자금은 운영자금과 타법인 취득자금에 절반씩 쓰겠다고 밝혔지만 전부 에스엠 인수에 활용할 수도 있다. 자금 조달 목적에 ‘회사 사업 전략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아울러 사모펀드인 H&Q코리아와 최대 2000억원의 투자 유치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하루에만 2.73%의 에스엠 지분을 사들인 기타법인의 정체도 관심거리다. 증권가에선 이 기타법인이 카카오나 카카오의 계열사이며,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무산시키기 위해 나선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여기에 에스엠 지분을 1%정도 가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도 카카오 측의 우군으로 꼽힌다. 얼라인은 에스엠 현 경영진-카카오 연합과 대응 전략을 짜고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매수 결과가 1차 분수령

IB업계에선 하이브나 카카오 모두 에스엠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적어도 지분 30%를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수만 씨가 제기한 가처분이 인용되면 카카오는 사실상 하이브와 경쟁하기 어렵다. 가처분이 기각된다면 카카오에 희망이 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맞서 대응 공개매수에 나서거나 시장에서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공개매수를 포함해 에스엠 M&A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대형 증권사 한 곳과 접촉 중이다. 카카오와 해당 증권사 측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가처분 결과가 나오는 대로 카카오가 공개매수 등을 검토해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고 있다.


에스엠의 주가는 출렁이고 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을 훌쩍 넘어 16일 13만3600원까지 치솟았다가, 하이브가 공개매수 가격을 바꾸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20일에는 6.38% 급락한 12만1800원에 장을 마쳤다.


시장에선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사실상 실패했다고 본다. 3월1일까지 일반 주주 지분을 주당 12만원에 최대 25%까지 사들이겠다고 했지만 주가가 12만원을 넘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실패할 경우 카카오는 에스엠을 인수할 기회가 생긴다. 이수만 씨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 결과가 변수지만 적어도 따로 지분을 인수할 계기와 기회가 열린다.


하이브는 공개매수가 상향은 없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이수만 씨 지분 인수와 공개매수에 1조원 정도를 투입해야 한다. 지난 3분기 기준 하이브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030억원으로 당장은 큰 무리가 없지만 공개매수가 상향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통상 공개매수는 마지막 날 입찰이 몰리기 때문에 지켜봐야겠지만 목표 수량인 25%에 미치진 못할 것"이라며 "공개매수가를 14만원 이상으로 올리면 필요 자금이 9000억원까지 늘어나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에스엠 공개매수 가능성에 거리를 두고 있다. 공개매수 등 다양한 인수합병(M&A)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주관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은 다르게 본다. 가처분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몸을 사리는 것이지 공개매수 의지는 있다는 것이다. 법원에서 에스엠이 경영권 분쟁 상황에 있다고 판단하면 카카오는 에스엠 지분 9.05%를 확보할 수 없다. 카카오가 공개매수로 하이브-이수만과 대립각을 세우면 스스로 경영권 분쟁을 만들게 된다. 카카오가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물밑 작업만 할 것이라 보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처분 소송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할 수 없겠지만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며 "하이브의 공개매수 성공을 막기 위해 적당히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측은 하이브보다 자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유치한 투자금과 1차분(8900억원)과 웹툰 플랫폼 계열사인 카카오픽코마가 앵커에퀴티파트너스 등에서 투자받은 5600억원이 예비 실탄이다. 카카오가 가진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조2400억원도 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에스엠 인수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최대주주 지분과 공개매수 지분 합산인 43.4%를 사들인다고 했을 때 제시할 수 있는 가격은 최대 14만1000원"이라고 추산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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