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보내준 천사 우리 딸, 다시 신에게로 갔다"

잔해 속 숨진 딸 손 꼭 잡은 아버지

한 장의 사진이 튀르키예 강진의 참상을 백 마디 말, 수천 자의 글보다 더 생생하게 전 세계에 알렸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딸의 손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의 사진으로, AFP통신 기자가 지난 7일(현지시간) 촬영했다.

사진 속 아버지인 메수트 한제르(49)는 11일(현지시간) CNN 튀르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피할 겨를도 없이 딸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의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메수트 한제르가 잔해 속의 숨진 15세 딸 손을 붙잡고 있다. [사진출처=AFP·연합뉴스]

강진이 발생했던 지난 6일 한제르는 새벽 강진이 튀르키예 남부 지역을 강타했을 때 한제르는 빵을 굽고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두 딸과 아들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했지만 15세의 막내딸 이르마크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당시 이르마크는 카흐라만마라슈에 있는 할머니 댁에 머물고 있었다. 급하게 연락했지만,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제르는 서둘러 카흐라만마라슈로 향했다. 그는 "신에게 울면서 기도했다. 제발 다들 살아 있어 달라고 셀 수 없이 기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도는 소용없었다. 힘겹게 도착한 그곳은 이미 폐허로 변해 있었다.

그는 폐허 더미에서 삐져나온 딸의 손을 발견하고 맨손으로 정신없이 잔해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에 짓눌린 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잔해를 치울 중장비가 오지 않는 상황에서 한제르는 딸의 손을 꼭 부여잡고 있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는 "딸은 침대에서 천사처럼 자고 있었다"며 "딸은 고통 없이 떠났다. 신이 보내준 천사가 다시 신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한제르는 딸과 어머니를 포함해 이번 강진으로 모두 7명의 친지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사진을 찍은 AFP통신 사진기자 아뎀 알탄은 한제르를 우연히 발견했다. 한제르는 카메라를 든 알탄의 모습을 보자 "내 아이의 사진을 좀 찍어주세요"라며 계속 소리쳤다고 한다.

AFP통신 사진기자인 아뎀 알탄 [사진출처=AFP·연합뉴스]

가디언에 따르면 아뎀 알탄은 지진 현장 취재를 위해 카라만마라슈에 도착했고, 무너진 아파트 더미에서 주황색 외투를 입은 한제트를 발견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사람을 구하기 위해 건물 잔해를 파헤치고 있었던 것과 달리 한제트는 유독 건물 더미 위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알탄은 "더 가까이 들여다보니 남성이 건물 더미 밑으로 나온 손을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며 "그래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알탄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너무 슬펐다. '엄청난 고통'이라고 계속 중얼거렸고,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 사진은 내가 지난 40여년간 찍은 어떤 사진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면서도 "나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건 재앙이었다"고 말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