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 숨진 12살 오빠…남겨진 두 여동생도 '위험'
"아동학대서 살아남은 아동들 심리 치료 필요"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숨진 12세 A군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많은 시민이 공분하고 있다. 부부의 친자녀라는 이유로 폭력을 당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오빠 A군이 학대당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본 두 여동생 역시 트라우마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8년 부모의 이혼 후 A군의 양육권은 친부가 가져갔다. 이후 친부는 재혼한 B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딸과 A군을 함께 키웠다. A군은 전처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가족 내 왕따 같은 존재로 심각한 차별을 겪어온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이웃은 언론을 통해 "친자녀였던 두 딸은 부모와 사이가 좋아 보였지만 A군은 친부와 계모에게 극존칭을 쓰며 가족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A군은 지난 7일 숨졌다. 친부와 계모는 학대 사실을 부인했지만, A군의 온몸에서 외부 충격으로 생긴 타박흔이 여럿 발견됐고 그의 몸무게가 또래 평균(46㎏)에 한참 못 미치는 30㎏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학대 사실이 의심된다. 경찰은 A군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친부와 계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친자녀였던 두 딸도 정서적 학대 상황에 놓였을 것이란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두 여동생도 큰아이가 아동학대를 당하면서 정서적 학대에 노출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 대표는 남겨진 두 여동생에 대한 심리적 치료와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빠가 학대당하는 모습을 봤고, 오빠가 사망하면서 부모가 체포됐다. 그리고 두 딸은 집이 아닌 시설로 낯선 시설로 옮겨졌기 때문에 이 아동들에 대한 치료,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0년 우리 사회에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던 '정인이 사건'에서도 가해자였던 양모 장모씨의 친딸 C양 역시 아동학대 피해를 받을 수 있다. 입양아동인 생후 16개월 영아 정인이가 학대당하며 두 달간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못할 때 양부모는 C양을 어린이집에 보냈다. 양부모가 친딸과 정인이를 차별해 키웠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재판정에서 양부모는 정인이를 훈육 목적으로 때렸고 친딸 C양도 똑같이 대했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구했다. 또 정인이 양부 안모씨와 C양의 거주지에 공분한 시민들이 찾아와 욕설 등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C양 역시 정서적 학대 상황에 노출됐을 수 있다. 폭력 사실 여부를 떠나 부모와 애착 관계가 형성될 시기에 동생 정인이가 학대받고 부모가 손가락질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사회복지연구 52권 4호에 실린 논문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생존 형제자매는 어떻게 보호되고 있는가'(정익중 등/2021)는 학대 사망 아동의 생존 형제자매도 '학대 피해자'로 인식하고 이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형제자매의 사망사건 또는 학대 장면을 목격한 아동들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입을 수 있으며, 사망 아동과 함께 학대 또는 방임 상황에 놓여있다가 살아남았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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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은 "생존한 형제자매는 사망 아동과 함께 빈곤, 가정폭력, 가정해체, 학대 및 방임 등 여러 열악한 환경을 함께 공유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겪은 가족들은 아동 사망 수습에 급급한 나머지 가족이 해체되거나 또 다른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살아남은 아동들은 부모로부터 온전한 관심과 애정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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