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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최악 도피범"…'라임 김봉현' 오늘 1심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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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한 경제 부패 범죄입니다." 지난달 16일 검찰은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징역 40년형을 구형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아울러 774억3540만원 추징, 주민등록증 몰수 등도 재판부에 요청했다. 수의를 입은 채 검찰의 구형을 들은 김 전 회장은 고개를 끄덕거린 후 마지막 항변을 했다. 그는 "진심으로 사회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면서도 "추징 대상인 774억원을 편취한 사실이 없으며 나 역시 피해를 입었고 잘못 사용된 돈일 뿐이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회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사기·유사수신행위법 위반 관련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회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사기·유사수신행위법 위반 관련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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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9일 진행된다. 재판에 기소된 지 약 2년6개월 만에 받는 선고다. 산업용 로봇이 주력 사업이었던 스타모빌리티의 회장이 라임자산운용(라임) 환매 중단 사태와 엮이면서 그는 최대 40년 동안 감옥에 갇힐 위기에 처했다. 그는 어떤 혐의를 가지고 있는 걸까.

폰지사기·펀법거래로 수익률 조작…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징역 20년형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라임은 국내 1위 사모펀드 자산운용사였다.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와 함께 몸집을 키워 무려 6조원에 가까운 자산을 운용했다. 라임은 연 5~8%를 보장해주는 금융상품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어떤 이는 노후자금까지 끌어모아 억단위로 투자했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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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라임의 속은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단기적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코스닥에 상장된 부실기업의 '메자닌 펀드'를 대량으로 매입했다. 메자닌이란 1층과 2층 사이의 중간층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다. 메자닌 펀드는 정교한 설계를 통해 고위험 금융상품들을 저위험 금융상품과 섞어서 중위험으로 낮춘 상품이다. 하지만 라임은 문제가 심각한 펀드와 문제 없는 펀드를 합치는 방식으로 메자닌 펀드를 설계했다. 결국 이 펀드가 탈이 나면서 큰 손실이 발생했다. 2020년 2월 금융감독원이 진행한 실사에 따르면 라임의 모펀드는 반토막, 자펀드 중 일부는 전액 손실이었다.


라임은 이 손실들을 숨기기로 했다. 전환사채 편법거래를 통해 수익률을 조작한 것이다. 조작 방식은 '파킹 거래'였다. 내 땅이 아닌 곳에 차량을 주차하듯 상품 매매가 이뤄져도 일단 상품을 거래 상대방이 보관하고 있는 것을 파킹 거래라고 한다. 보통 매수 한도 등을 이유로 파킹 거래가 발생하곤 한다. 라임은 이 파킹 거래로 발생한 투자손실을 일단 숨기는 데 급급했다. 라임이 거래한 전환사채 가운데 상장폐지 이슈에 휘말린 것도 있었다.


수익률 돌려막기, 즉 폰지사기까지 손을 댔다. 손실이 발생한 펀드를 비상식적인 가격으로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손실이 없는 것처럼 숨긴 것이다. 라임이 2017년부터 투자했던 미국의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에 대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폰지사기로 결론 내렸다. SEC가 자산동결조치까지 하면서 라임의 자금 흐름이 막히고 말았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2019년 7월 돈을 되찾기 위한 투자자들이 라임으로 몰려들었다. 처음엔 쌓아둔 유동성으로 어떻게든 지급했다. 하지만 2019년 10월부터 환매(투자한 금액을 돌려주는 행위)를 미루다가 결국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이때도 메자닌 펀드가 라임의 골치를 썩혔다. 메자닌 펀드가 유동화, 즉 현금으로 바뀌질 않았다. 이 모든 과정에 개입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았다.


정치권·법조계 로비 나선 김봉현…"라임 살릴 회장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021년 10월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기일을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021년 10월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기일을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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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라임 소속도 아닌 김 전 회장은 왜 중대한 경제 부패 범죄에 휘말린 것일까? 그는 라임의 실질적 돈줄로 지목됐다. 또한 정치권 로비를 위해 움직인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라임 펀드의 손실을 숨기고 판매한 혐의로 장 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의 녹취록에서 '라임 살릴 회장님'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김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는 재판정에서 속속이들 확인됐다. 먼저 1심에서 징역 4년형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 받은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김 모 전 행정관에게 3700만원가량을 뇌물로 전달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 전 행정관이 김 전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라임 관련 문건을 전달한 점을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김 전 회장은 김 전 행정관의 동생을 스타모빌리티의 사외이사로 선임해 급여 명목으로 1900만여원을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로비를 받은 김 전 행정관이 전달한 문건은 '라임자산운용의 불건전 운용행위 등 검사계획 보고',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차입현황 및 향후 대응방안' 등으로, 라임 수사에 있어 핵심적인 내용들이었다.


법조계에도 손을 뻗었다. 라임 사태가 터져 서울남부지검이 수사를 맡게 되자 현직 검사들에게 술을 접대했다. 김 전 회장은 술값과 밴드, 유흥접객원 비용 등으로 536만원가량을 냈다. 다만 지난해 9월 법원은 당시 술자리를 오간 사람까지 합치면 1인당 향응액수가 93만9167원으로 100만원을 넘지 않아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봉현, 횡령 혐의 부인하지만…檢 "법정최고형 받아야"

김 전 회장은 정치권, 법조계 로비를 통해 라임을 살려 횡령 등 범행을 이어가려고 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라임은 스타모빌리티 전환사채 인수대금으로 400억원을 투자했다. 김 전 회장은 400억원 가운데 208억7540만원을 개인채무 변제에, 192억원은 재향군인회 상조회(향군상조회) 인수자금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향군상조회를 인수한 후 자산 377억원가량도 횡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전 회장과 공모해 회사 자금을 향군상조회 인수대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 받은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는 지난해 5월 징역 5년형을 확정받은 상태다. 이밖에 김 전 회장이 스타모빌리티, 수원여객 등에서 횡령한 금액까지 합치면 총 1033억원에 달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아울러 향군상조회의 자산 유출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며 보람상조에 재매각해 계약금 259억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편취한 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지만 검찰은 법정최고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 측은 징역 40년형을 구형하면서 "김 전 회장은 범행을 저지르면서 횡령한 자금을 은닉하는 등 범행에 대한 반성 태도가 없다"며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최악의 도피범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사건과 관련된 피해자와 공범들이 이 재판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며 "사법 정의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심사숙고 해주시길 재판부에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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