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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범죄 주체 될 수 없는 피의자 기소유예 처분은 잘못"… 검사 처분 '취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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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법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에 참석해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법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에 참석해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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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일정한 신분을 가진 사람만 저지를 수 있는 신분범의 신분을 갖고 있지 않은 피의자에 대해 검사가 범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내린 기소유예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한 건물의 관리단 회장 A씨가 서울북부지검 소속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청구를 인용,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헌재는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17년 7월과 8월 건물 폐쇄회로(CC)TV에서 상가 입주자 B씨로 보이는 사람이 다른 입주자들의 관리비 고지서를 가져간 것을 확인한 뒤 B씨를 재물은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고소장을 작성해 제출하는 과정에서 건물 관리단이 각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제출받아 보관 중이던 인적사항 자료를 통해 B씨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해 이를 고소장에 기재했다가 B씨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목적 외에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1항 위반죄였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2호는 같은 법 제18조 1항을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검사는 A씨의 행위가 이 같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의 혐의가 가볍다고 보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불기소 처분의 일종이지만 무혐의 처분과 달리 범죄혐의가 충분하고 소추조건도 구비돼 있지만 피의자의 전과나 피해 정도, 피해자와의 합의, 반성 정도 등을 고려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A씨는 이처럼 자신의 행위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해당됨을 전제로 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1항 위반죄는 그 주체를 개인정보처리자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이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여야 위 죄가 성립한다"고 전제했다.


뇌물죄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에게만 성립되는 신분범인 것처럼 A씨에게 적용된 개언정보 보호법 제18조 1항 위반죄 역시 '개인정보처리자'만 저지를 수 있는 범죄라는 의미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를 비롯한 빌딩 구분소유자들은 청구인 개인이 아니라 관리단에 개인정보를 제공했고 관리단은 빌딩 관리 업무를 목적으로 구분소유자관리카드 등의 형식으로 빌딩 구분소유자들의 개인정보의 집합물 즉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피해자 등의 개인정보를 처리(수집, 보유 등)하고 있었으므로 관리단이라는 단체 자체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고 청구인은 관리단의 기관으로서 대표자 지위에 있을 뿐이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A씨가 B씨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활용한 구분소유자관리카드에 적힌 정보를 수집해 관리하는 주체는 건물 관리단 회장인 A씨 개인이 아니라, 건물 관리단이라는 단체이기 때문에 A씨는 범죄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이다.


한편 헌재는 A씨가 정보처리자라는 신분을 갖고 있지 않아 단독으로 범죄 주체가 될 수는 없지만, 관리단의 대표자로서 개인정보 보호법상의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될 가능성이 있는지도 검토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74조(양벌규정) 2항은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해 제71조 위반행위를 했을 때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헌재는 "법인등기부를 검색해봐도 이 사건 관리단으로 검색되는 것이 없다"며 이 사건 관리단의 성격을 법인이 아닌 비법인사단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법이 양벌규정에 의해 처벌되는 개인정보처리자로 법인 또는 개인 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법인격 없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양벌규정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법인격 없는 공공기관을 위 양벌규정에 의해 처벌할 수 없고 그 경우 행위자 역시 위 양벌규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을 원용했다.


즉 비법인사단에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법인에 적용되는 양벌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헌재는 "결국 청구인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양벌규정도 적용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에게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1항 위반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며 "그럼에도 피청구인(검사)은 청구인에게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의 혐의를 인정해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을 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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