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장 '맞손'… 협의체 구축에 스토킹범죄 대응 어떻게 되나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지난 2월 서울 구로 스토킹 살해 사건 당시 얘기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이 때아닌 신경전을 벌였다. 범행 이틀 전 경찰은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기각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경찰은 검찰이 사안의 중대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탓했고, 검찰은 경찰의 혐의 소명이 부족했다고 맞섰다. 현장 경찰과 경찰 수사 적법성을 검토하는 검찰 사이 간극을 볼 수 있는 사례로 꼽힌다.
앞으로는 스토킹 범죄에서 이 같은 검경의 간극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가해자의 위험성 판단 여부를 공유하고 수사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검찰과 협의체를 신설해 스토킹 범죄에 대응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검경협의체 구축은 전날 이원석 검찰총장이 취임 인사차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윤희근 경찰청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합의한 사안이다. 이 총장이 먼저 신당역 역무원 살인사건과 관련해 "검경이 긴밀히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나가자"고 제안했고 윤 청장이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한다. 윤 청장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느 기관이 수사하느냐보단 안심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검경 수장 합의로 구축될 검경협의체에서는 신당역 역무원 살인사건과 같은 스토킹 범죄의 발생 초기부터 잠정조치, 구속영장 신청 등 여러 단계마다 긴밀하게 논의하게 된다. 예컨대 기존에는 서류를 통해 처리했다면 직접 소통하면서 처리 단계를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를 통해 가해자를 한 달 동안 유치장에 유치할 수 있는 잠정조치 4호 인용률과 영장 발부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스토킹 피해자가 재신고 한 건수는 7772건으로 집계됐으나, 이 가운데 구속수사는 211건으로 전체 재신고 건수의 2.7% 수준에 불과했다.
스토킹 범죄 현장대응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신당역 역무원 살인사건 피해자는 작년 10월 가해자 전주환을 최초 고소한 이후로도 스토킹이 끊이지 않자 올해 1월 재차 고소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재고소 이후 피해자에 대해 긴급신변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스토킹 위험도'를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강력 범죄로 비화됐다. 향후 검경협의체가 구축된다면 이번 사건 원인 중 하나인 스토킹 위험도에 대한 공유로, 오판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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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에 대한 검경협의체는 대검찰청과 경찰청, 지역 단위에서는 지방검찰청과 관할 경찰서가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구축될 전망이다. 조만간 협의체 구축을 위한 검경 간의 구체적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윤 청장은 "검찰과 경찰, 양 기관 책임자가 공감한 만큼 신속한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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