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판정 취소신청 성공률 11.5%에 불과…론스타건, 철저히 분석해야"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우리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2800억원을 배상하라는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판정에 대해 취소 신청을 검토 중인 가운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학계 등에 따르면, 오현석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지난 6월 나온 서강법률논총에서 논문 'ICSID 취소 결정의 최근 동향 및 사례 분석'을 발표했다.
오 교수는 이 논문에서 "ICSID의 경우 중재판정 전부가 취소된 사건은 총 6건, 일부 취소된 중재판정은 13건으로 모두 합쳐 19건(2020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취소신청 철회나 절차가 중단된 경우 등을 포함하면 총 165건의 중재판정 취소신청이 이뤄졌고 이 중 19건 만 전부 또는 일부 취소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성공률은 11.5%에 불과하다고 오 교수는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많은 취소 결정을 통해 취소사유의 적용 및 해석에 관한 이론적 토대가 명확한 상황"이라면서 "정치적·재정적 부담을 완화하려는 무모한 취소신청이 이어짐으로 인해 ISDS의 실효성이 크게 손상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법무부는 이번 론스타 분쟁 판정 취소를 고려하는 근거로 소수의견의 분량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소수의견의 분량이 이례적으로 많으니 취소 신청을 하면 충분히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도 오 교수는, 분쟁 당사자가 지정한 한 명이 중재판정부에 참여해 자신을 선택해 준 당사자에 유리한 의견을 적극 개진한 까닭에 소수의견의 분량이 많아졌을 가능성도 염두하며 판정문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ICSID 중재판정부는 3명의 중재인으로 구성된다. 이 중 중재재판장(의장중재인)을 제외한 2명은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당사자들이 각각 1명씩 지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오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1984년 독일 기업 클뢰크너와 카메룬 정부 간의 ISDS 판정문에서 클뢰크너 측 중재인은 판정이 잘못됐으니 취소해야 한다며 총 53페이지에 달하는 소수의견을 개진했다. 우리 정부와 론스타 간 분쟁 판정문도 소수의견은 약 40페이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 정부가 지명한 브리지트 스턴 프랑스 파리1대학 명예교수가 소수의견을 작성한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2012년 다임러 대 아르헨티나 사건, 2008년 듀크에너지 대 페루 사건 등도 그랬다. 패소한 국가·기업 측 중재인이 다량의 소수의견이 개전된 사건들은 대부분 해당 국가·기업의 판정 취소 신청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오 교수는 "당사자가 선정한 중재인의 반대의견이 중재판정 취소신청 증가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당사자들은 공정하고 독립적인 중재인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적극적·공격적으로 대변하는 사실상의 대리인을 찾을 것"이라며 "ISDS 시스템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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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근거로 오 교수는 정부의 판정 취소 신청이 실제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다고도 내다봤다. 그는 "우리는 이미 2018년 다야니 가문(이란)과의 ISDS에서 패소한 뒤 제기한 중재판정 취소 신청이 무위로 끝난 경험을 했다"며 "중재판정 취소 절차의 경우 기존 취소 결정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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