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전 경제부총리 별세…노환으로 입원중 타계
학자이자 실천가…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현장서 업무보고 받기도
안전 점검기동반 편성, 환경 문제 개선, 서울시장 큰 발자취

조순 전 경제부총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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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23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그는 경제기획원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를 지내는 등 '현대 경제학의 대부'라고 평가받았다. 특히 1995년 김영삼 정부 때 민주당 소속으로 민선 초대 서울시장에 당선되며 행정가의 길을 걸었다.

4·19 혁명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서울시장 직접선거에서 당선된 최초의 민선시장 김상돈 시장이 있었으나, 1995년 실질적인 지방자치제가 시행해 전문가들은 조순 전 시장을 사실상 초대 민선 시장으로 평가한다.


고인의 당선 과정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투표일까지 한 달 남겨둔 96년 5월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찬종 32%, 조순 18%, 정원식 10% 순이었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고인은 당선은 고사하고 사실상 2위 자리마저 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고인의 TV 토론과 연설을 본 서울시민들은 서서히 그에게 호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토론 연습을 위해 마포 케이블 TV 스튜디오를 빌려 타 후보와 패널리스트까지 선정해 놓고 실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한 일화는 유명하다. 카메라 적응훈련도 이 과정에서 이뤄졌다. 결국 선거운동 초반 박찬종 후보에게 쏠려 있던 유권자들의 표심은 최종 투표 과정에서 대부분 고인에게 기울었다.


95년 6월28일 민선 1기 서울시장에 당선된 고인은 당선인 취임 인사도 할 겨를도 없이 건국 이래 최대 참사로 꼽히는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로 현장 지휘로 첫 업무를 시작했고, 서울시 업무보고도 담당국장들이 현장으로 나와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서울시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서울시민과 피해자, 유족들에게 사과 하고협상에 최대한 성의를 보이도록 했다.


이른바 '안전한 서울'을 만드는데, 사활을 건 그는 시설물에 대한 상시 순찰과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신고접수는 물론, 시설물에 대한 점검과 응급조치 등 전문 직원으로 구성된 안전 점검기동반도 편성했다. 그 과정에서 1994년 무너진 성수대교를 다시 짓는 등 시의 각종 도시시설물 안전 점검과 보수를 추진했다. 고인을 두고 균형과 형평, 안정을 특히 강조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당시에는 앞으로 다가올 국제화 시대에 맞춰 전 세계인이 보는 서울의 이미지 역시 고인에게는 큰 숙제였다. 이에 따라 95년 10월 CI(corporate identity) 개발사업에 착수해 96년 10월28일 서울시민의 날을 맞아 한글 '서울'을 서울의 산, 해, 한강으로 나타낸 심벌을 선보였다. 당시 만들어진 이 휘장은 현재 민선 5기까지 계속 서울시를 상징하는 엠블렘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환경 문제 개선에도 박차를 가했다. 환경기본조례와 환경 헌장을 제정했으며, '녹색서울 시민위원회',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협의회' 등 시민과 소통하며 함께 환경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기도 했다. 여의도광장과 공장 이적지를 공원화하는 등 공원녹지 확충 5개년계획을 추진한 것도 고인의 업적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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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도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로 있던 고인은 이른바 '조순학파'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제자를 양성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 발인은 25일 오전, 장지는 강릉 선영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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