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月 스타트업 투자, 올들어 최고치 찍었지만 전망 어두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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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이달 국내 스타트업 투자시장에 1조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와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가상자산으로 7800억원을 투자받은 한 핀테크 업체에 의해 숫자가 부풀려진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투자액은 연초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스타트업계 투자심리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2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이달 국내 스타트업 투자규모는 1조3419억원(22일 기준)으로 올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시장은 1월 1조2552억원, 2월 1조1347억원, 3월 7625억원, 4월 1조2489억원, 5월 7577억원을 기록했다. 연초부터 월단위로 1조원이 넘는 투자금이 유치되면서 본격적인 '1조원 시대'가 열리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이달 투자 내역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달 투자액 1위는 가상자산 핀테크 전문업체 델리오가 글로벌 가상자산 투자펀드 '쓰리애로우즈캐피탈'과 체결한 6억달러(약 7733억원)다. 이는 이달 국내 스타트업 전체 투자액의 59%를 차지하는 규모다. 더욱이 해당 투자는 비트코인·이더리움·테더 등 쓰리애로우즈캐피탈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델리오가 제공하는 예치·렌딩(대출) 서비스에 활용하는 공급계약으로 일반적인 시리즈 투자와는 거리가 있다. 해당 투자건을 제외하면 이달 스타트업 투자규모는 약 5500억원으로 연초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벤처·스타트업 투자시장에서는 경기침체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의한 후폭풍이 조만한 한국에도 불어닥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시장 상황은 벌써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다. 몸값을 낮춰도 투자사가 모집되지 않아 투자계획이 철회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스타트업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글로벌 증시 급락에 의한 충격이 국내로 전해지면서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미루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신선식품 판매 플랫폼 컬리(마켓컬리)는 올해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나 상장 일정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연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중인 야놀자도 최근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장외시장에서 11만5000원을 기록했던 야놀자 주가는 이달 8만원대까지 미끄러졌다. 지난해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시가총액 100조원 기업이 됐던 쿠팡은 최근 27조원까지 4분의 1토막이 났다. 국내 직업정보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최근 한 투자사와 미팅을 위해 미국에 갔는데 9월까지 올해 진행할 모든 투자건을 마무리하고 당분간 신규 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저희도 국내 시장을 지켜보며 기업공개(IPO) 일정 등을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밸류에이션 조정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넉넉한 정부 지원자금으로 창업한 초기 기업은 투자시장 충격이 늦게 나타날 수 있으나 해외 자금 수혈이 필수인 레이트 스테이지(시리즈 B·C 등 후기 단계 투자) 기업들은 당장 몸값 조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미국에 비해 아직 한국이 체감하는 시장 분위기는 다르지만 국내 투자사들도 기업 몸값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시장이 위축되긴 하겠지만 알짜 기업엔 오히려 투자가 집중되는 옥석가리기 현상도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달에도 눈여겨 볼만한 투자건은 있었다. 리벨리온은 지난 3일 KDB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시리즈A 투자로 620억원을 유치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의 자회사 파빌리온캐피탈이 첫 해외 투자사로 참여해 리벨리온 주주에 올랐다. 리벨리온은 MIT 박사 출신으로 인텔·스페이스X·모건스탠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박성현 대표가 이끄는 인공지능(AI) 기반 팹리스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2020년 9월에 설립된 리벨리온은 2년도 채 안돼 3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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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지상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컨텍은 지난 10일 61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컨텍은 2015년 항공우주연구원 출신인 이성희 대표가 창업한 국내 항공우주 스타트업이다. 자체 기술력으로 구축한 우주지상국을 통해 국내외 정부기관이나 민간이 운용하는 위성을 대상으로 데이터 수신과 위성 영상 전처리 및 활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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