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보급부터 기후변화까지…주총 시즌 맞아 美 주주제안 쏟아진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코로나19 백신 보급부터 기후변화 문제까지 미국에서 4~6월 연례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환경과 사회 가치를 강조한 주주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수익 창출이라는 기업의 기본적인 존재 목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주주들의 의견 개진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지속가능투자연구소(SII)를 인용해 미국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주주제안 규모가 지난 12일 기준 576개로 지난해 499개에 비해 15% 이상 증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기후 관련 제안은 지난해에 비해 42% 증가했다.
주주제안은 적극적인 경영참여와 경영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일정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주총의 의제를 제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달 28일 열릴 제약업체인 존슨앤존슨, 모더나, 화이자 연례주총에서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제안한 코로나19 백신의 접근권 확대를 놓고 표결이 진행된다. 다음 달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인종평등 정책을 감사하도록 하는 뉴욕주연기금 제안이 연례주총 의제로 올라가며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널드와 미 식료품 업체 크로거는 연례주총에서 월가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의 주주제안으로 돼지 사육 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 듯 주주제안은 과거 기업의 지배구조나 수익 증대를 위해 주식을 사들여 경영진을 압박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진행된 것과는 양상이 다르다. 이는 환경·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제안 표결에서 무산되는 경우가 많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찬성표를 받는 비율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제출된 185개의 환경·사회 주주제안에 대해 평균 찬성률은 34%로 10년 전 19%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관련 주주제안은 찬성률이 평균 5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주주제안 사례는 기업의 목적을 놓고 미국에서 벌어지는 전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것을 의미한다"면서 "기업의 수익이나 현금흐름보다 더 큰 조치가 이뤄지는 주주가치를 지지해온 경영진이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고 전했다.
주주제안이 쏟아지면서 중요해진 것이 바로 주주의 투표권이다. 과거에 비해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대형 자산운용사의 지분 비중 커지면서 이들의 표심이 중요해졌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이 세 자산운용사의 S&P500 기업의 지분율 평균이 지난해 22%로 2008년에 비해 13.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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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자산운용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스템적인 리스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졌으며 이전에 비해 더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또 소규모 투자자들도 주주제안을 할 때 대형 자산운용사와 손을 잡으면 쉽게 이를 통과시킬 수 있게 됐으며 갈수록 제안서를 만드는 기술이 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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