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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미국의 시사잡지 더위크가 최근 공개한 만평에는 붉은색 스웨터를 입고 지팡이를 쥔 노인이 카페를 찾아와 "‘바이든플레이션(바이든+인플레이션)’이 내 은퇴 자금을 먹어 치웠다"며 "구직 지원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노골적으로 인플레이션 책임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말 그대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무려 8.5% 상승했다. 이는 약 4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품목별로 에너지 물가는 32%, 식료품은 8% 이상 뛰어 올랐다. 여기에 체감 인플레이션은 지표상의 숫자를 훨씬 웃돈다. 뉴욕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모든 게 다 올랐다"며 "최소 10~20%정도는 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뉴저지 주민은 "나갈 때마다 휘발유 값이 더 올라 있다"며 "돈이 녹는다는 게 이런 기분"이라고 전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 책임론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답변은 크게 ‘남 탓’과 ‘자화자찬’으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우선 ‘푸틴 탓’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있다는 주장이 최근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주에도 그는 "‘푸틴의 가격인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와 관련한 백악관의 논평에도 이 내용은 담겼다.

두 번째는 ‘자화자찬’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이른바 바이든표 경제정책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실질 임금인상을 이끌고 실업률 등 고용지표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잘 하고 있다고 수차례 치켜세우며, 모두가 우려하는 인플레이션 또한 곧 완화될 것이란 ‘낙관론’으로 가득 찬 메시지다.


투표 용지를 쥔 미국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인플레이션이 치솟을수록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달 미 퀴니피액대 여론 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33%에 그쳤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미국이 직면한 최우선 이슈로 인플레이션(48%)을 꼽았고,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겨우 35%에 불과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 밀 등의 가격이 폭등하며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침공이 시작된 2월 말 이전에 이미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찍었음을 정작 정부만 모른 척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이 나서서 임금 인상 효과를 반복 자랑하는 것 역시 악수 중의 악수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오랜만에 만난 미국인 친구는 "좋은 뉴스가 있다"며 올해 연봉 협상에서 임금이 5%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즉각 "나쁜 소식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 브루클린의 아파트 재계약을 앞두고 렌트비도 그만큼 오를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미친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임금이 오르면 뭘 하나. 물가는 더 뛰었는데.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에도 우려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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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책임을 피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가 역효과를 낳고 있음은 명백하다. 남 탓도, 자화자찬도 반복되면 꼴사나울 뿐이다. 그것이 한 국가를 이끄는 대통령이라면 더욱 더.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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