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엔터 제왕 무릎 꿇린 '3%룰'과 소수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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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올해 주주총회는 ‘양면성’을 자랑했다. 한 현장에서는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을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이 드러났고, 또 다른 현장에서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대가 엿보였다. 소수주주의 승리로 주주가치가 제고된 주총이 있었던 반면, 소수주주의 의결권 행사 무관심으로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 정관 도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주총이 있었다.


눈길을 끈 곳은 에스엠. 에스엠의 제왕으로 군림한 이수만 프로듀서가 소수주주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 프로듀서 측(지분율 19.17%)과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측이(0.91%)이 감사 선임 안건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친 결과 소수주주 얼라인 측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3%룰’이 판도를 바꿨다. 3%룰은 상법상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 시 지배주주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최대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그러나 진정한 승리는 ‘3%룰’을 넘어 소수주주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서 비롯됐다. 얼라인 측이 주주 위임장 문서만 3박스를 들고 주총 현장에 들어왔다. 발행주수의 약 30%에 해당하는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받은 것이다. ‘3%룰’이 없어도 사실상 승리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소수주주가 가진 의결권의 의미가 부각됐다. 감사 선임 주주제안의 증가,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야말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할 수 있는 씨앗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이 풍성해진 점도 좋은 현상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걸음이 시작됐다는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에 배당액 증대, 신사업 투자 확대 등을 요구했고,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사조오양에 독립적인 감사위원회 선임, 분기배당 도입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다른 한 쪽에서는 여전히 대주주의 잇속 챙기기가 만연했다. 어김없이 황금낙하산 조항이 등장했다. 황금낙하산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로 인수 대상 기업의 이사가 임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되면 거액의 특별 퇴직금, 보너스 등을 지급하도록 명시한 조항이다. 경영자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전략으로 활용되나,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최대주주의 지배권만을 강화하고 잇속을 챙기기 위한 방식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어 문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펩트론, 라파스, 엔지켐생명과학, 성신양회 등이 황금낙하산 조항이 포함된 정관 변경에 성공했다.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소수주주의 ‘무관심’이 하나의 요인이다. 펩트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9.46%, 엔지켐생명과학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8.74%에 불과하다. 정관 변경 안건이 주총을 통과한 것은 소수주주들이 해당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거나, 아니면 주총 참석률이 저조했거나 등 두 가지 이유뿐이다. 퇴직금 누계액의 20배 보상액, 퇴직보상금으로 대표이사에 200억원·사내이사에 100억원 지급 등의 조항에 누가 찬성표를 던질까. 소수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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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 가진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첫걸음이다. 기업가치를 만드는 원천적 힘은 바로 주주에게서 나온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이유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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