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인격의 충돌, 공간으로 구체화
이집트 신화 '심장의 무게 달기' 차용
영혼의 해방이라는 시대적 대조류 가리켜

[이종길의 영화읽기]'문나이트'가 그리는 영혼의 해방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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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드라마 ‘문나이트’에서 주인공 스티븐 그랜트(오스카 아이작)는 외톨이다. 정신적 문제로 사회적 활동에 애를 먹는다. 그는 몽유병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발목에 쇠고랑을 채우고 잠을 청한다. 눈을 떠 보니 알프스 중턱이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계속해서 말을 건다. "넌 여기 있으면 안 되잖아." "네, 제 생각도 그래요. 어디 계신 거죠?" "몸을 스펙터에게 넘겨."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벙벙한 그랜트. 이내 낯선 사람들이 총격을 가하고, 그는 도망 다니기 바쁘다.


그랜트는 사실 다중인격의 소유자다. 또 다른 인격의 정체는 마크 스펙터. 해병대에서 불명예 제대하고 용병으로 일하다 죽을 고비에 빠진다. 그는 달의 신 콘슈의 도움으로 생명을 부지하고 대리인으로 활동한다. 그랜트는 스펙터가 저지른 일에 휘말려 쫓기다 내막을 파악한다. 다만 꿈과 실제는 구분하지 못한다. 몸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쓸 뿐이다.

제작진은 각기 다른 인격의 충돌을 공간으로 구체화한다. 특히 집을 그랜트가 지키려는 내면으로 표현한다. 인간은 외부와 절연된 채 살아갈 수 없다. 그랜트는 쇠고랑에 집착할수록 바깥세상과 단절된다. 유일한 탈출구인 꿈속에서도 스펙터에게 몸을 빼앗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음을 수면과 비슷한 일시적 상태라고 인식했다. 영혼이 이승에서 저승의 영역으로 이어지는 연속성을 지닌다고 믿었다. 제대로 준비하면 신들처럼 다양한 형태로 천국이나 지상에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랜트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기회는 아직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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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나이트’는 그 가치를 부각하고자 이집트 신화의 ‘심장의 무게 달기’를 가져온다. 무덤, 관, 파피루스 등에 자주 묘사된 죽음의 의식이다. 자칼의 머리를 한 아누비스는 죽은 자를 진리의 전당에 있는 진실의 저울로 데려간다. 왼쪽 접시에는 심장, 오른쪽 접시에는 진실의 깃털이 있다. 저울이 균형을 유지하면 정의로운 삶으로 선언된다. 심장 쪽으로 기울면 심장에서 불순한 조각을 제거해 죽은 자가 저주받지 않도록 한다. 불순한 찌꺼기는 굶주린 괴물 아미트(Ammit)의 몫이다. 순식간에 먹어치워 영혼을 순수하게 하고 카르마(karma), 즉 업보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영어에서 저주의 의미로 쓰이는 ‘Dammit’는 아미트에서 파생했다고 한다. 제작진은 그 어원에 주목해 아미트를 그랜트를 위협하는 존재로 설정한 듯하다. 신봉자인 아서 해로우(이선 호크)는 산자를 미리 심판하면 세상에 악인이 사라져 천국이 된다고 설파한다. "생각해봐. 아미트 님의 봉인이 풀렸다면 히틀러의 만행도 막았을 거야. 네로 황제, 아르메니아 집단 학살, 폴 포트." "나쁜 사람들이죠." "그런데 배신당했어." "아미트가요?" "나태한 다른 신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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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로우에게 인간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은 없다. 현 상태로 미래까지 판단하는 편견과 불신에 사로잡혀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누군가는 과거의 잘못된 선택으로 변화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또 다른 누군가는 심판을 면죄부 삼아 악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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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각을 세우는 스펙터는 스카라브로 맞선다. 금박을 입힌 풍뎅이 모양의 장식품이다. 풍뎅이는 대변을 자기 앞으로 가져와 흙 속에 파묻는 성향이 있다. 이집트인들은 여기서 새로운 풍뎅이가 나오는 걸 보며 태양의 움직임 같다고 생각했다. 흙 속에 파묻히는 대변에서 일몰, 새로운 풍뎅이의 탄생에서 일출을 떠올렸다. 내세로 이어지는 영혼의 영속성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창조와 부활의 상징으로 신성시했다. 이집트 신화에는 악을 버리고 선을 택해 탄생을 이루거나 부활을 위한 도구를 얻는 이야기가 꽤 있다. 그릇된 생각, 말, 행위를 끝까지 거부하는 그랜트의 목적지는 그 결말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영혼의 해방이라는 시대적 대조류와 함께.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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