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모다모다 샴푸의 눈물…신기술 '발목' 구태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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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과학기술계가 요즘 난데없이 ‘샴푸’ 얘기로 떠들썩하다. 27일 오전 열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해신 카이스트(KAIST) 화학과 교수가 개발한 모발 염색용 모다모다 샴푸가 그 주인공이다. 사과를 깎아 놓으면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에서 착안, 그 주성분인 폴리페놀을 첨가해 머리를 감기만 해도 갈색으로 염색이 되는 샴푸다.


기존 염색약들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독성도 강한 반면 짧은 시간에 무독성 염색이 가능한 ‘신기술’이 적용됐다. 이 교수가 7년여간 연구한 끝에 세계 최초로 발명했다. 지난해 8월 출시돼 순식간에 150만개가 팔리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샴푸에 들어 있는 ‘1, 2, 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이 유독물질이라며 규제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식약처는 전문가 심의 끝에 결국 지난 26일 사용금지 목록에 올렸다. 유럽연합(EU)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의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한 조치였다. 피부가 민감해지고 잠재적인 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와 제작사 측은 반발하고 있다. SCCS의 유독성 판정은 많은 양을 30분 이상 사용하는 기존 염색약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근거로 삼고있다. 모다모다 샴푸는 사용량이 적고 머리를 감는 동안만 잠깐 접하기 때문에 유해하지 않다는게 이 교수 측의 주장이다. 일본ㆍ미국 등에서는 아예 금지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 교수 측은 추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 사용 금지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식약처의 소비자의 안전ㆍ보호 명분 자체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날마다 새로운 기술이 태어나 세상을 뒤바꾸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선 ‘구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 연구보고서 내용만을 근거로 신기술을 사장시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퇴행적 행보다. 국내 실험 등 보다 세밀한 기술적 검토와 적극적인 행정을 펼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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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도 "기술과 규제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앞으로 신기술 개발 컨설팅 때 규제 담당 부처도 참여시켜 사전 협의를 거치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처음 발명됐을 때 규제ㆍ관념에 어긋나 외면을 받았지만 그 후 세상을 바꾼 신기술들의 사례는 너무도 많다.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는’ 행정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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